[씨줄날줄] ‘식판 논쟁’ 되짚기/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식판 논쟁’ 되짚기/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11-10 00:00
수정 201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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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에게 밥 먹이자’며 5년 전에 시작된 무상복지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공짜 급식에 더이상 돈을 댈 수 없다”며 경남교육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국적인 불씨를 댕겼다. 이어 경기교육청은 여당에서 주장해 도입한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여당은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가고 야당은 “아이 밥상까지 거래하느냐”고 한다. 또한 여당과 정부는 관련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야당은 국가 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목청을 한껏 높인다. 진영 논리만 부각돼 씁쓸하다.

무상복지 논쟁은 2009년 경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김상곤 진보 진영 후보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촉발됐다. 당시 “애들 밥 먹이는 일이다”와 “이건희 삼성 회장 손자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느냐”며 팽팽한 논란거리가 됐다. 김 후보는 ‘공짜 표심’에 무난히 당선됐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무상 광풍’은 강타했다. 다음해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권의 무상급식 주장에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로 배수진을 쳤지만 패해 시장직을 내놓았다. 오 전 시장은 당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빼기 어려운 게 무상복지”라며 ‘공짜 치즈에 숨은 족쇄’란 러시아 속담까지 원용했다. 하지만 시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 전 시장의 우호 진영마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냉소를 보냈다. 김상곤→오세훈→홍준표로 이어진 ‘식판 논쟁’의 줄거리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논쟁을 겪은 적이 있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2007년의 참의원 선거 때 중학생 이하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선거 당시 자민당도 공·사립 유치원 전면 무료화, 출산장려금 확충 등을 내놓아 민주당과 마찬가지였다. 영국 처칠 내각의 보수당도 1945년 총선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운 노동당에 절반 이상의 의석을 내준 적이 있다. 이후 두 진영은 복지정책 경쟁에 나섰고,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두 나라는 당연히 과도한 재정 지출 논쟁에 휩싸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의 복지 욕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공짜의 속성은 양날의 칼이다. ‘공것은 쓴맛에도 달다’는 속담도 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복지 욕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엉뚱한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의 논쟁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 국민으로선 홍 지사가 ‘제2의 오세훈’이 되든 안 되든 제대로 된, 더 합리적인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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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1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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