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의 공중정원/구본영 이사대우

[씨줄날줄] 서울의 공중정원/구본영 이사대우

입력 2014-09-24 00:00
수정 2014-09-2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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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서울처럼 명산과 큰 강 등 수려한 자연과 벗하고 있는 대도시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싶었다. 지난 주말 남산에서 열린 걷기 행사에 참가했을 때 느낀 소회였다. 몇년 전 파리 출장 중 야트막한 몽마르트르와 샛강 같은 센 강을 보면서 천만금을 얹어주더라도 북한산, 한강과는 맞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새롭다.

수도 서울에 또 다른 명소 하나가 생기는 걸까.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남대문로 5가와 만리동을 잇는 총연장 914.5m 고가도로에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신문기자가 되기 전 도시계획학도였던 필자에게만 흥미로운 뉴스는 아닐 성싶다. 생각해 보라. 자동차가 쌩쌩 달리던 고가도로가 녹색 정원으로 탈바꿈한다면. 얼핏 환상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일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 보면 ‘꿈의 프로젝트’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서울시는 뉴욕의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인은 맨해튼을 공중으로 가로지르던 1.6㎞ 고가철로를 두 명의 뉴요커가 10년에 걸쳐 공원화한 것이다. 하지만, 하이라인의 성공이 ‘서울의 공중정원’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게다. 지척에 남산이 있는데 얼마나 많은 시민이 매연 속 고가 공원을 찾을 지부터 의문이다. 고가 공원은 지상공원과 달리 막대한 유지비가 든다는 점에서 자칫 골칫거리 흉물이 될 개연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비용 못잖게 안전성도 문제다. 박원순 시장은 얼마 전 발표한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에서 ‘안전한 도시’를 4대 목표 중 첫 머리에 꼽았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8년 안전검사에서 ‘D등급’을 받아 철거키로 했으나, 비용문제로 2015년으로 연기됐다. 서울역 고가도로 시민문화공원화 사업은 박 시장의 시정 방침에 비춰볼 때 얼마간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다만 서울시 내부에선 상판 보강 등을 통해 안전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공중정원의 원조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도 꼽히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다. 신바빌로니아 왕국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메마른 대지 위에 건조한 인조 공원이다. 벽돌로 벽을 쌓고 그 안을 흙으로 메워 여러 층의 정원을 만든 것이다. 수목과 화초에 필요한 물은 노예들이 유프라테스강에서 나르게 했다고 한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됐을 것이다. 지금은 허물어져 아직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의 첫 삽을 뜨기 전에 역사성과 안전성 이외에 지속가능성부터 점검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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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이사대우 kby7@seoul.co.kr
2014-09-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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