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약무호남 약비호남/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약무호남 약비호남/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4-07-12 00:00
수정 2014-07-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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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後廣·김대중 전 대통령 아호)이 생전 즐겼던 말 중 하나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다. 충무공 이순신의 서한에 담긴 말로,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군사 요충지로서 호남과 그 앞바다의 지정학적 가치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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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논설위원
후광은 충무공의 이 말을 민주화 여정에서 차지하는 호남의 정치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아 사용했다. 많은 국민들도 이에 공감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시무국가’ 대신 ‘시무후광’(是無後廣), 즉 호남이 없었으면 후광 김 전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말이다.

후광에 대한 반세기 사랑을 품어 안은 호남의 중심 광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윤장현 공천’으로 홍역을 치른 지 한 달 만에 ‘권은희 공천’ 파동을 맞았다. 경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과거 이문옥 감사관 등과 같은 반열인 듯했으나 사법부의 1, 2심 판결만 놓고 보면 권씨는 새누리당 주장처럼 ‘허위고발자’일 뿐이다. 그런 그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낙하산 공천을 통해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후보로 앉혔다. 그 과정에서 14년간 지역기반을 다진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내치고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 후보로 끌어다 앉히는 돌려막기도 불사했다. 티끌만 한 민주적 절차도 보이질 않건만 당 지도부는 ‘개혁공천’ 운운한다.

“출세를 목표로 했다면 경찰이 아닌 판사나 변호사를 택했을 것이다. 권 후보의 이력은 진정성 그 자체다.” 안철수 대표의 말이다. 경악할 일이다. 판사나 변호사는 죄다 출세를 목표로 한 사람들이 됐다.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을 공격하는 새정연 표현을 빌리자면 ‘부실검증’이거나 ‘오만공천’일 뿐이다. 권씨가 수사 외압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공천 얘기를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일각의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민주화 성지에서 김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새정연이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건만 달리 선택할 여지를 진작에 잃은 광주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제왕적 행태를 다른 도리 없이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약비호남(若非湖南), 호남이 아니었어도 이랬을까. 광주는 ‘봉’이 됐다.

‘권은희 파문’이 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혹여 ‘기동민 카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양보를 겨냥한 서울 동작을 야권후보 단일화용이라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정치공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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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4-07-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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