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고령 운전/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령 운전/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4-03-24 00:00
수정 2014-03-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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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는 주인공 데이지(제시카 탠디 분)가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아들은 사람 좋은 흑인 운전기사인 호크(모건 프리먼 분)를 고용해 어머니를 모시게 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지방 출신인 데이지는 흑인 운전기사를 무시하고 냉대하다 못해 내쫓으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진실한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데이지처럼 부잣집 할머니야 운전기사를 고용하면 되지만 현실 속 노인들의 교통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평생을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하면서 살다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활 편의를 위해, 혹은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필자의 외삼촌만 해도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운전을 한다. 가까운 거리의 시내 운전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2~3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도 거뜬히 다닌다. 체력도, 판단력도 자신 있어 하는 외삼촌은 그래도 “운전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80세가 넘으면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출입구 회전문을 들이받아 4명의 호텔직원과 투숙객을 다치게 한 택시운전기사 홍모씨도 82세의 고령 운전자였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교통사고 사망도 2011년 31명에서 2012년 43명, 2013년 51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올 들어 1~2월에만 16명이 숨졌다. 서울시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과는 정반대다.

경찰은 이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 운전자임을 표시하는 ‘실버마크’를 자체 제작해 차량에 붙이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일정 연령이 되면 운전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등 관련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면서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증 갱신 시 강의를 듣거나 인지 지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2008년부터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대중교통비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되며, 갱신하려면 2년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노인들의 이동권과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안전이다. 요즘 규제개혁이 대세이긴 하나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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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4-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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