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인사동의 고층호텔/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사동의 고층호텔/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3-17 00:00
수정 2014-03-1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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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거리인 인사동에 호텔을 비롯한 고층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울시가 일부 구역이기는 하지만 4층 이하 건물에 전통문화업종만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기존 규제를 푸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19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내용의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은 이미 지난달 서울시문화지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한 차례 거쳤다고 한다.

인사동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은 2002년이다. 전통문화 보호와 육성을 위한 업종 규제와 용도 제한, 건축 및 개발 제한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해 공평 도시환경정비계획을 발표하면서 문화지구 일부를 정비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탑골공원 서쪽의 남인사마당에서 덕원갤러리가 있는 인사동 네거리에 이르는 문화지구 남동쪽 구간이다.

사실 인사동 문화지구는 지정부터가 전통문화 거리의 급격한 해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는 고육지책이었다. 인사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막상 보여줄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추세는 이미 1990년대부터 본격화하고 있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에도 정체성은 끊임없이 훼손되어 인사동의 상징이었던 골동품 가게와 표구점, 서화용품점은 이미 오래전에 뒷골목이나 2층, 3층으로 내몰렸다. 대신 그 자리는 옷 가게, 화장품 가게와 다국적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차지했고, 이런 현상은 이번에 정비대상으로 지목된 곳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서울시의 고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든 문화의 거리가 명성을 얻으면 부동산 값이 뛰어오르기 마련이다. 인사동은 물론 연극의 메카 대학로와 인디 문화의 본거지 홍대앞도 같은 길을 걸었다. 상업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주민’은 갈 곳을 잃는다. 하지만 특정 문화에 대한 집착만 아니라면 인사동, 대학로, 홍대앞은 여전히 문화의 거리다. 실제로 문화지구가 휴식을 겸비한 관광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오히려 일정한 상업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리와 달리 문화와 소비, 오락 기능을 한데 묶어 문화지구를 지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인사동의 쇠퇴를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인사동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통문화 거리가 태어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사동 주변에는 전통문화 거리의 기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인사동과 국악의 거리를 문화적으로 이어 거대한 전통문화 중심지로 가꾸어 가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도한 곳에 필요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세적 문화지구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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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3-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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