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메르켈의 메달/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르켈의 메달/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2-28 00:00
수정 201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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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의 연방하원. 게양대에는 조기(弔旗)가 내걸렸고, 2차대전 피해자인 95세의 특별한 연사가 초청돼 나치 정권의 잔혹상을 고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에서 방문한 노인을 위해 기꺼이 옆자리를 내줬고, 의원들은 나치 정권의 만행을 사죄하며 1분간 숙연하게 머리를 숙였다. 유대인 대학살을 반성하는 독일의 ‘홀로코스트 기념일’ 풍경이다.

메르켈 총리는 나치의 악업(惡業)인 홀로코스트를 거듭 사죄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뮌헨 인근 다하우 수용소 추모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역대 독일 총리 가운데 다하우 수용소를 찾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홀로코스트 기념일을 앞두고서는 “독일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후손들에게 대대로 이 같은 과거의 잘못을 똑바로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치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 어린 사죄는 2005년 집권 이후 변함이 없다. 2007년 유럽연합(EU) 순번의장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메르켈 총리는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독일 국기가 장식된 리본이 달린 화환을 바치고 나치 정권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했다. 방명록에는 “인간성은 과거를 책임지는 것에서 싹튼다”고 적었다. 이듬해 이스라엘을 국빈방문했을 때에도 의회(크네세트) 연설을 통해 “독일의 이름으로 자행된 600만 유대인 대학살은 전체 유대인들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사죄했다.

그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예루살렘의 대통령 관저에서 메르켈 총리의 목에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명예시민 메달’을 걸어줬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피해자’의 화해와 용서가 빚어낸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전범국의 후대 지도자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떤가. 그 자신 전범의 후손이기 때문일까, 식민 지배나 위안부 강제동원 등을 사죄하기는커녕, 전임자들의 반성까지도 뒤집어 엎을 태세이다. 메르켈 총리가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할 때 아베 총리는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1급전범들의 위패에 고개를 숙였다. 아무 연고도 없는 중동국가에서 받은 메달이 전부인 아베 총리가 메르켈 총리의 목에 걸린 이스라엘 ‘명예시민 메달’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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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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