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마겟돈 우크라이나/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마겟돈 우크라이나/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2-27 00:00
수정 201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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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온통 오렌지색으로 뒤덮였다. 2004년 11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앙선관위는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가 유셴코 야당 후보를 87만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한 탓이다. 출구조사와 상반된 결과였다. 율리야 티모셴코 등 야당 후보 지지자들은 대선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오렌지색 옷· 목도리· 깃발을 들고 군중집회에 나섰다. 시위대는 결국 개헌과 재선거를 통해 약 1년 뒤 야당 후보 유셴코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이 ‘오렌지 혁명’은 1991년 소련연방에서 분리·독립한 나라의 시민혁명으로 2003년 조지아의 ‘장미 혁명’에 이어 두 번째였다. 오렌지 혁명은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으로 이어져 14년간 장기집권한 아스카르 아카예프 정권을 축출했다.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에 민주주의가 안착됐을까.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을 보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2004년 당시 부정선거의 수혜자였던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2010년 2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시민혁명을 통해 집권했지만 유셴코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적 개혁 성과가 신통하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오렌지 혁명’의 리더로 총리직에 올랐던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 티모셴코 전 총리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2011년 7년 형을 받아 수감됐다. 최근 유혈사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거부하고 친러시아 노선을 표방하자, 친서방파인 야당세력들이 반발해 시작됐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저격수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를 봉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도주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학살 등의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석방된 티모셴코 전 총리는 수척한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여러분이 원하던 것을 얻기 전까지는 독립광장을 떠나지 마라”며 지속적인 시민투쟁을 촉구했다.

현재 친서방파 야당의 승리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무력진압 시나리오를 포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주목한다.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 간의 대리전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말까지 외채 130억 달러를 갚는 등 경제적 위기도 돌파해야 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에 근대적 민주주의가 정착하기까지 200여년이 걸렸다. 시민 혁명 한두 번에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강대국의 이권들이 걸려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우크라이나를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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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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