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로비스트의 명암/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로비스트의 명암/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3-10-19 00:00
수정 201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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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에서도 요즘 잘나가는 코너 중의 하나가 ‘로비스트’다. 몸뻬 바지의 뽀글이 파마를 한 개그우먼 박지선과 김민경이 바로 아줌마 로비스트들이다. 이들은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사러 가서는 “3조 6000억원 달라”는 구단을 “그냥 3억에 줘”라며 가격을 후려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전개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실제 로비스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각종 특혜 의혹과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린다 김이 거기에 한몫했다. 현직 국방장관과 전직 국회의원 등으로부터 “샌타바버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 한 그 추억을 음미하며… 안아보고 싶다”는 진한 러브 레터를 받았던 미모의 로비스트를 누군들 곱게 볼까.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권력형 비리를 보면 더욱 그렇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관여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감옥행을 한 것도 모두 음지에서 로비스트로 활동을 하다가 철퇴를 맞은 것 아닌가.

정몽준 의원 등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부패 근절을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는 관련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미국처럼 국회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해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거래를 없애자는 취지였다. ‘로비의 제도화’의 저자 조승민 연세대 객원교수는 “로비스트의 양성화로 정부의 정책 결정에 어떤 이익집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 공개됨으로써 국민들의 알권리를 확보하게 되고, 정치자금 등도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스트의 양성화가 마치 불법 로비활동을 용인하는 것처럼 오해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로비스트연맹’이 앞으로 로비스트라는 단어 대신 대(對)정부 전문가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로비스트가 단순히 의회를 돌아다니며 입법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홍보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요즘 기업에서 대국회·정부 업무를 위해 정·관계 인물의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국회 보좌관들의 몸값이 상한가라고 한다. 대국회·대정부 로비스트로서 이들이 무슨 일을 할 지는 짐작이 간다. 이들의 활동을 바라만 봐야는지, 아니면 로비스트를 합법화해 이들의 활동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의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 더 나은지 꼽씹어 보게 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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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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