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표암 강세황/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표암 강세황/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6-22 00:00
수정 2013-06-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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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하고 동글동글한 집채만 한 바위들이 굴러 떨어질 듯이 놓여 있고 나귀를 탄 선비와 딴청을 피우는 동자가 산으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표암 강세황(1713~1791)이 그린 ‘영통 동구’를 미디어작가 이이남이 재치 있게 표현해 놓은 작품을 보고 낄낄거린 적이 있다. ‘영통 동구’는 강세황이 45살에 개성에 갔다 와 그린 ‘송도기행첩’에 들어 있다. 그는 화제(畵題)에서 ‘영통 동구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돌들은 집채만큼 웅장하고 크다. 그 돌 밑에 용이 나왔다는데 그 웅장한 모습은 가히 보기 드문 장관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원근법이 나타난 진경산수 화풍인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서양화법으로 그렸다고 평가했다.

시·서·화에 모두 능했고 정선, 심사정과 함께 18세기에 삼절(三絶)로 불렸으며, 단원 김홍도의 그림선생이었던 강세황 특별전이 2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탄생 300주년 맞이 기획전이다. 강세황의 일생을 보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강세황은 아버지 강현(1650~1733)이 64살에 얻은 막내아들이었다. 북인인 아버지는 숙종 때 예조참판, 도승지를 거쳐 대제학까지 지냈으니 명문가 출신이다. 그런데 강세황은 32살의 나이에 출세를 포기하고 처가가 있는 안산으로 내려갔다. 큰형이 과거시험에서 부정을 저질러 그 여파가 미쳤고, 무엇보다 당쟁에서 북인이 완전히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안산에서 30년을 시 짓고 글씨 쓰며 역시 ‘끈 떨어진’ 남인들과 교우했다. 송도기행첩도 이른바 ‘백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51살부터 10년 동안 절필도 했다. 영조가 “천한 기술이라고 업신여길 사람이 있을 터이니 다시는 그림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하명했던 탓이다.

그는 61살에 영조의 부름을 받아 여주 영릉참봉으로 첫 관직을 시작했다. 탕평책의 일환이었다는 설도 있고, 영조가 강현의 손자인 강세황의 두 아들이 과거에 합격하자 강현의 아들이 왜 벼슬도 없이 살고 있느냐며 불렀다는 말도 있다. 강세황은 실력이 있었다. 66살에 과거시험에서 당당히 장원급제를 한 것이다. 한성판윤(현재 서울시장)으로 승진했다. 71살에 기로소(耆老所) 에 입소했다. 청나라 건륭제가 칠순맞이 축하연에 70살이 넘은 사신을 보내라고 하자 강세황은 72살에 베이징 연행(1784~1785)을 다녀왔다. 고흐만큼은 아니더라도, 자화상을 강세황도 많이 그렸다. 아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늦는다고 늦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소리칠 것이 없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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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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