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녀의 부엌에는 계량 숟가락이 없다. 눈금을 재는 일이 없다. 소금 한 움큼 쥐고서 엄마는 “요만큼”, 설탕을 집어서는 “한두 꼬집만”, 고추장 단지를 열고서는 “서너 숟가락 좀 넘게”. 요만큼이 얼마만큼이냐고, 딸은 툴툴댄다. 그래도 엄마는 웃으면서 “그냥 요만큼”.
멀리서 김장 김치가 왔다. 택배상자에 서툴게 적힌 우리 집 주소와 내 이름. 이맘때마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의 손글씨.
어머니의 김장독에도 눈금이 없다. 계피향 설핏한 어머니의 손맛은 올겨울도 내게 미궁인 채 지나간다. 쪼갠 통배추를 허리춤까지 쌓아 손대중으로 좌락좌락 지르던 왕소금. 샛노란 배추속은 장독대 짠물에 숨죽여 잤고, 배추속보다 노란 그 달밤에 어린 우리들도 단잠을 잤고.
숨이 덜 죽은 김장 한 포기. 샛노란 그리움이 저녁 밥상 위에 올라와 있다.
2022-12-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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