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해선지 계속 보챘다. 아기가 칭얼대며 울 때마다 엄마는 좌석에서 일어나 통로를 왔다갔다하며 계속 달랬다. 두 시간 가까이를 거의 서서 갔다.
반면 옆자리 아빠는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신 음료수를 마시고, 휴대폰으론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가 잠시 아기를 넘겨주면 게임을 멈추고 4~5분쯤 안아 주는 척하다가 곧바로 다시 아기를 넘겨주곤 게임에 빠졌다.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봐도 너무한다 싶었다. 괜히 그 남자의 뒤통수를 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20여년 전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애 기저귀도 제대로 갈아줘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오십줄을 훌쩍 넘어서야 알았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22-09-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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