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아닌 ‘멋’이 드는 전통시장

‘나이’가 아닌 ‘멋’이 드는 전통시장

입력 2017-12-13 11:40
수정 2017-12-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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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
임준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
하루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한 해가 저물어 다 지나가는 연말이면 약간은 쓸쓸하고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청 외벽에 있는 대형 글판인 ‘서울꿈새김판’에 있는 글귀를 보고 쓸쓸함 대신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글판에는 ‘저물어 가는 게 아니라 여물어 가는 겁니다’라고 씌여 있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안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인 이 글귀는 지금이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쓸쓸한 계절이 아니라 단단하고 야무지게 여물어가는 계절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드는 것을 꺼린다. 나이가 들면 뭔가 위축되거나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서 나이 든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라며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이 든다는 것과 늙는다는 것을 구분하고 ”나이 든 마흔보다 젊은 일흔이 낫다“고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늙은이가 될 수 있고,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멋이 드는 사람이 아름다운 법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에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쇠락해가는 시장이 있는 반면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과 더불어 전통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계층까지 함께하는 활기 있는 전통시장이 있다. 부활에 성공한 전통시장은 나이가 들수록 멋, 매력이 충만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등 거대 유통업체들과 경쟁 대신 나이든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멋을 찾아내 소비자들과 소통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도 나이가 든 전통시장만의 ‘멋’을 발굴해 쇠락해가고 있는 나이든 시장을 카터의 말처럼 ‘젊은 일흔’살로 만드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전통시장도 시장마다 각각의 특색 있는 개성과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에 전통시장 부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 시장만의 개성있는 특색을 발굴해 소비자와 공감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전통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

나이가 든 멋을 제대로 살려 부활에 성공한 전통시장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1913송정역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시장브랜드에 새롭게 직접 활용하고 오랜 연륜에 더불어 개성 있는 청년 상인들의 독특한 개성 있는 점포가 조화를 이루면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서울 서촌에 있는 통인시장은 엽전을 구입한 후 시장 내 음식을 뷔페처럼 도시락에 담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을 발굴해 젊은층까지 찾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

노후한 시설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상인들도 젊어져야 한다. 2015년 기준 전통시장 상인 평균 연령은 56세로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상인대학 등 교육을 통해 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도 이들 상인들을 ‘연륜이 있지만 생각은 젊은이’들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연륜과 젊은이들의 전통시장 창업이 어우러진다면 전통시장의 새로운 멋이 탄생할 수 있다.

새해 1월을 우리말로 ‘해오름달’이라고 부른다. 무술년 새해에는 나이 든 멋이 충만한 전통시장이 떠오르는 해처럼 힘차게 솟아오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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