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을 시루 안 콩나물로 키울 것인가/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기고] 아이들을 시루 안 콩나물로 키울 것인가/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입력 2017-10-23 17:52
수정 2017-10-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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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이 마치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불렸던 ‘콩나물시루 교실’. 베이비붐 시대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인구 이동이 과밀학급을 낳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콩나물시루 교실은 옛말이라고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좁은 시루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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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2017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OECD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1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초등학교 5533곳, 중학교 1만 9988곳, 고등학교는 2만 7869곳이다(2016 교육통계분석자료집). 각각 전체 학급 대비 4.6%, 37.6%, 46.6%에 달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학교 신설 인허가권을 가진 교육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열악한 교육재정을 근거로 학교 설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최소 4000가구 이상 대규모 주거단지여야 하고, 인근에 학교가 없는 경우에만’ 허가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잣대다. 특히 각종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경기도는 학교 신설이 절실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제대로 된 수요 조사도 없이 학교 머릿수만 맞추느라 학생들을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으로 내몰고 있다. 구도심과 농어촌 지역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남양주시 진건 지구에는 1만 8000가구가 거주하는데 중학교가 단 한 곳뿐이어서 학생들이 4㎞ 떨어진 구도심의 학교에 다닌다. 시흥시 배곧초등학교는 현재 51학급으로 1학급당 30명을 넘어섰으며, 일부 특성화 교실을 일반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신설 예정인 군포시 송정초등학교는 정원을 훌쩍 넘은 인근 초등학교와 통폐합을 하라는 게 설립 조건이다. 학교를 세우려면 다른 학교를 없애라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나라의 근간인 교육이 국가의 재정 관리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줄어드는 학급수는 급당 인원을 적정 규모로 맞추면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급당 인원 감축은 학습의 질을 높이고 교육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또 학교 시설과 지역 시설을 복합화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단순히 운동장을 개방하는 정도의 공유가 아니라 학교가 마을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 모든 공간을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지난 11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대책 회의가 열렸다. 오는 12월 중앙투자심사를 앞두고 여전히 절대적 기준만 내세우는 교육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경기도만 해도 현재 13개 시에서 41개 학교가 신설 대기 중이다. 학교 신설 기준의 변경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아이들은 여전히 시루 안 콩나물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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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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