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 추경’ 무색… 어물쩍 쪽지 예산부터 싹 걷어내야

[사설] ‘전쟁 추경’ 무색… 어물쩍 쪽지 예산부터 싹 걷어내야

입력 2026-04-06 00:08
수정 2026-04-0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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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근거, 물가 영향 등 꼼꼼히 따져
선심성 배제, 취약층 돕는 정밀 설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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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편성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전쟁추경이 국회 심의 테이블에 올랐다. 여야는 10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평시 사업 증액분을 둘러싼 선거용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중동 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편성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전쟁추경이 국회 심의 테이블에 올랐다. 여야는 10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평시 사업 증액분을 둘러싼 선거용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중동전쟁의 경제적 여파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긴급 편성한 총 26조 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벌써 우려했던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전쟁 추경’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사업 예산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정치색이 뚜렷한 데다 불요불급한 ‘쪽지 예산’까지 끼어 있다면 문제가 있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지난해 6월에는 내수 침체 대응을 명분으로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했다. 여야는 오는 10일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번지는 현실에서 재정 대응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정밀도다. 국회 심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과연 취지에 걸맞게 편성되고 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전쟁 추경에 효용이 있으려면 취약계층 중심으로 집중 편성돼야 한다. 그런데 전체 예산 가운데 민생 안정 예산은 2조 8000억원, 그중 취약계층 일상 회복 지원은 8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추경 세부 항목을 보면 평시 사업 증액분이 눈에 띈다. 관광두레 예산, 독립영화 제작비, 문화예술인 지원금 등은 기존에 추진해 온 사업들이다.

햇빛소득마을을 150개에서 700개로 대폭 확대한 것도 뜨악하다. 재생에너지 전환 취지와 맥은 닿지만, 수입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효율성과 비용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TBS 운영 지원은 더 생뚱맞다. 서울시가 끊은 지원금을 여당 주도로 49억 5000만원이나 추경 항목에 밀어넣었다. TBS 지원이 전쟁 추경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누가 봐도 재정 원칙보다 정치 논리가 앞선 사례다.

중복되거나 효과가 상쇄되는 항목은 없는지도 따져야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5조원을 투입하면서 소득 하위 70%에게 4조 8000억원을 지급한다. 유가 충격을 방어하느라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으로 10조원이 들어간다.

추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향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고유가 피해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재정과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재정은 그 결과가 같을 수가 없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운송·물류를 거쳐 공산품·외식으로 번지는 국면에서 전쟁과 무관한 확장재정은 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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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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