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슈뢰더 부부의 ‘베를린 소녀상’ 철거 철회호소 수용돼야

[사설] 슈뢰더 부부의 ‘베를린 소녀상’ 철거 철회호소 수용돼야

입력 2020-10-12 17:40
수정 2020-10-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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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의 미테구(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여부를 놓고 현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말 ‘코리아협의회’라는 현지 시민단체가 관할 구청의 허가를 얻어 거리에 설치했다. 그러자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독일 외무장관에게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테구청은 7일 코리아협의회에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청 측은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간의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며 “공공장소의 (정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간 사실 등이 적혀있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비문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에서는 철거 반대 청원운동도 시작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부인 김소연씨도 ‘소녀상 철거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에게 전달했다. 부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다.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는 독일 관청이 일본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더 보탤 것도 없이 슈뢰더 전 총리 부부의 이 편지에 진실이 담겨 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 태평양 전쟁 기간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여태껏 사과한 적이 없다. 현직 총리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등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인 독일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독일 당국이 일본의 압력에 밀려 소녀상을 철거한다면 지금까지 독일이 걸어 온 과거사 참회 노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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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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