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 시끄러운데 교육부는 눈치만 살피나

[사설] 자사고 시끄러운데 교육부는 눈치만 살피나

입력 2017-06-28 23:16
수정 2017-06-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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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었던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5개 학교가 어제 재평가를 통과했다. 해당 학교들 입장에서는 십년감수했겠지만 존폐는 여전히 기로에 서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자사고와 외고를 없애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최일선에서 주도하는 모양새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반대보다는 찬성 쪽의 여론이 두 배 정도나 높다.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선발 방식으로 이 학교들이 공교육 황폐화를 초래했다는 공감대가 넓다. 하지만 정책의 오류가 심각하다고 해서 자사고와 외고에 긴급 폐지 처방으로 독박을 씌우는 것에도 문제는 크다. 폐지에 찬성하면서도 속도전 방식의 정책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수십년 이어진 제도를 하루아침에 손보겠다니 이 학교들이 몰린 서울·경기 지역 학생들의 혼돈은 말할 수가 없다. 이런 마당에 조 교육감은 여론 온도를 살펴 가며 연일 발을 담갔다 뺐다 하기까지 한다. 내일이라도 앞장서 폐지할 것 같더니만 며칠 새 “중앙정부가 해결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딴것도 아니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인생 진로가 걸린 진학의 문제다. 찬반을 떠나 당장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건지 현장에서는 울화가 치민다. “아이들이 실험용 쥐냐”는 성토가 안 들리는지 모르겠다.

대책 없이 말부터 쏟아낸 교육감들도 딱하지만 교육부는 더하다. 대형 교육정책을 신설도 아니고 폐지하는 문제라면 정부가 밑그림을 먼저 내놓아 중심을 잡아 줘야 마땅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당장은 발등의 불이다. 그렇더라도 교육부가 구린 입 한 번 떼지 않고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교육감들에게 전권을 줄 수 있는 문제도 애초에 아니다.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취소하려면 엄연히 교육부 장관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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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기구로 다음달 설치되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수습책이다. 교육 현장은 속이 타는데, 정부의 태도는 참 한가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명분에서건 교육 현장에 예고되지 않은 불이익이 강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밤잠 안 자고 청사진을 고민하길 바란다.

2017-06-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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