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수결 원칙 실종 틈타 법안 ‘바꿔 먹는’ 국회

[사설] 다수결 원칙 실종 틈타 법안 ‘바꿔 먹는’ 국회

입력 2015-12-01 18:08
수정 2015-12-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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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기승을 부리는 법안 밀실 거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제 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중점 법안을 연계 처리하는 ‘바꿔 먹기’를 시도한 정황이 노출되면서다. 새누리당이 숙원인 관광진흥법을 처리하려 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임대주택법과 교육공무직원 채용·처우법을 끼워 넣으려 하는 식이다. 개별 법안들의 취지나 상호 연관성을 따지지 않은 이런 거래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협상이 아니라 정치적 흥정일 뿐이다. 이런 법안 밀거래가 대낮에 버젓이 횡행하는 의회가 하늘 아래 또 있을까 싶다.

물론 국회는 여야 간 협상의 무대다. 다만, 개별 법안들을 독립적으로 놓고 문제점이 있다면 따지고 대안을 담아 절충하는 게 정도다. 어느 한 당이 정 아니라고 한다면 찬반 표결로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도 현안인 법안과 아무 관계 없는, 자기 당의 이해가 걸린 선심성 법안을 들고나와 이것을 들어주면 지금까지 반대하던 법안도 눈감아 준다고? 한마디로 협상이 아니라 ‘야바위 거래’다. 그제 새정치연합이 다른 법안과 연계 처리하려다 불발된 교육공무직원 채용·처우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50여개 직종 15만 2000여 비정규직 교육공무원을 모두 정규직화해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평균 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연간 조 단위에 이를 재원을 감당할 수 없어 보류된 이 법안을 바꿔 먹기용으로 다시 들고나왔다니 혀를 찰 일이 아닌가.

이런 법안 밀거래는 나라 살림이야 거덜나든 말든 이해집단의 표만 챙기겠다는, 포퓰리즘의 전형일 게다. 문제는 여야 공히 이런 입법권 오용의 심각성에 대해 둔감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그제 한·중 FTA 비준안을 처리하기 직전 “새누리당은 야당에 빚을 진 만큼 법안 심사를 할 때 꼭 갚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마치 국민이 아니라 여당을 봐주기 위해서 비준안 처리에 동의해 줬으니 이를 빌미로 대놓고 ‘법안 장사’를 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을 사유재산처럼 쓰겠다는 게 문 대표의 진의가 아니길 바라지만, 여야 간 법안 ‘밀당’ 징후 자체가 다수결 원칙이 실종된 국회의 타락상을 가리킨다. 이러려면 뭐하러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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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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