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 新밀월시대, 日 우경화 지원 안 된다

[사설] 미·일 新밀월시대, 日 우경화 지원 안 된다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5-03-29 18:04
수정 2015-03-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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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최종 확정됐다. 미국이 제공하는 최고의 예우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6년 시도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새 방위협력지침에도 합의해 경제와 안보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와 안보 협력을 고리로 미·일 간 신(新)밀월시대가 가속화되는 현실은 미국 정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정계 지도자들은 벌써 ‘아베 찬양’에 돌입했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경제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청취하는 기회”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아베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계가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에 치우쳐 아베 총리의 군사대국화와 우경화 행보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나 지난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회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예산 증액이나 병력의 추가 배치 없이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미국과 군사력 강화를 꾀하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침략의 과거사를 미화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나 자위대 해외 파병의 길을 열었던 집단자위권 행사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는 군사대국화를 추진해 온 아베 정권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런 와중에 아베 총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며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20세기 최고의 인권유린이자 일제의 조직적 후원 아래 자행된 매우 구체적인 ‘성노예’ 사건으로 규정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인 인신매매를 꺼내 들면서 매매의 주체와 객체, 목적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군 위안부 사안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미국 내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물타기 수법으로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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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일 간 신밀월시대가 현실적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안보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민들의 정서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면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순서다.

2015-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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