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美 의회 서기 전에 위안부 문제 풀어라

[사설] 아베, 美 의회 서기 전에 위안부 문제 풀어라

입력 2015-03-20 18:12
수정 2015-03-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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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게 될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29일 열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가 그 무대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정상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는 건 전후 70년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세 명의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적은 있으나 상·하원 가운데 한 곳에서만 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의미하는 미국 정치 문화를 감안한다면 아베 총리의 상·하원 연설은 분명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무게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이미 여섯 번이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터에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의 정상이 처음 연단에 오른다고 해서 그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안긴 2차 대전 전범들을 꼬박꼬박 추념하고, 위안부에 대한 진실마저 왜곡하는 등 과거사에 대해 퇴행적 행태를 거듭하는 작금의 일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미 의회에서 당당하게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을 운운하기에는 지금 일본이 보여주는 행태가 너무나도 후안무치한 까닭이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힘이 돈과 인맥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로비라는 사실을 일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자민당 정권의 행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 행정부와 의회를 회유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총력전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하는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은 애써 외면하는 것이나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이전을 관철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개정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미 의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가며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일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은 뒤집어 말해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결코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그 어떤 견강부회식 의미 부여도 허용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저지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사안의 본질은 연설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사, 특히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과업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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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떳떳하게 미 의회 연단에 서고 싶다면 이제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6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국장급 협의를 갖고 위안부 문제를 논의했으나 피해 배상의 성격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아베 정부의 소아적 자세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여생은 일본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음을 말해준다. 부끄러운 과거를 씻을 기회를 일본은 놓치지 말기 바란다.

2015-03-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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