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정명훈 시향 고수 이유 뭔가

[사설] 서울시 정명훈 시향 고수 이유 뭔가

입력 2015-01-25 23:52
수정 2015-01-2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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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공인답지 못한 처신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 감독이 서울시향 발전에 끼친 공로를 무시할 수 없기에 그의 개인적 일탈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더욱 착잡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정 감독에게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니저 항공권을 가족들이 사용하고 외부 공연에 시향 단원을 동원하는가 하면 시향 공연 일정을 임의로 변경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부적절하고 창피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모종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는 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정사(正邪) 감각이 마비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 취임 이후 외적·내적 성장을 이룬 게 사실이다. 2005년 그가 서울시향을 맡은 후 40%를 밑돌던 티켓 판매율이 지난해에는 90%를 넘었다. ‘오케스트라의 월드컵’이라는 ‘BBC 프롬스’에 진출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시아에서 서울시향보다 더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없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허망한 노릇이다. 서울시는 정 감독과 일단 기존 계약을 1년 연장하고 내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서울시향 공연 일정이 모두 짜여져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계약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서울시향을 정 감독의 손에 맡겨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글로벌 시향’을 지향하는 마당에 세계적 마에스트로인 정 감독의 ‘시향외적’ 활동을 막는 것만이 물론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권한’은 행사하고 공인으로서의 ‘의무’는 소홀히 하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이를 용납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술계의 슈퍼 갑질’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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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은 한 해 예산 180억원 가운데 110억원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는 공적 기관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공사(公私) 분별 의식은 갖춰야 마땅하다. 예술 혹은 예술가의 이름으로 흐리멍텅한 도덕 의식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대안부재론’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 서울시는 아무리 브랜드 파워와 명성을 지닌 음악가라지만 일개인에게 무작정 끌려다니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이냐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 감독 또한 예술가로서 진정한 명예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도, 정 감독도 결단의 시기를 맞았다.

2015-0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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