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권도 병폐 못 버리면 세계에서 외면 받는다

[사설] 태권도 병폐 못 버리면 세계에서 외면 받는다

입력 2014-09-17 00:00
수정 201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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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체전 태권도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나온 편파 판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부당하게 패배한 선수의 부친이 승부 조작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 태권도협회 간부가 연루된 조직적인 ‘오다(승부조작) 태권도’였다고 한다.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위상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내팽개친 참담한 민낯이다.

당시 선발전에서 전모(17)군은 경기 종료 50초를 남기고 상대 선수를 앞서고 있었으나 갑자기 주심에게 경고 7개를 내리받으면서 실격패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 태권도협회는 부랴부랴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주심의 경기운영 미숙으로 서둘러 결론지었다. 비리와 반칙을 적발하고 단속해야 할 협회가 도리어 진상을 은폐한 꼴이다. 애당초 협회의 자정 시스템은 마비돼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협회 간부 김모(45)씨가 승부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사실만 봐도 그렇다. 당시 상대 선수 아버지인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는 대입 특기생 진학에 필요한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고교·대학 후배인 모 중학교 태권도 감독에게 청탁했다. 청탁은 협회 간부 김씨의 지시로 협회 기술심의회 의장, 심판위원장 등을 거쳐 경기 주심에게 전달됐다. 주로 고교 학연 등이 동원된 청탁 사슬이었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심판들은 ‘오다’를 무시하면 심판진에서 제외될 수 있어 소신판정을 할 수 없다고 경찰에 밝혔다고 한다. 태권도의 승부조작은 2004년과 2007년에도 드러났다.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은 그때뿐,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는 근절되지 않은 셈이다. 이번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태권도계 쇄신과 심판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중대 비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징계하고 승부조작 가담자는 체육계에서 영구 추방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단기적인 땜질 처방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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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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