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헌법 너머] 당내 민주주의와 위성정당/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당내 민주주의와 위성정당/연세대 로스쿨 교수

입력 2022-01-23 20:28
수정 2022-01-24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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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민주주의가 헌법 원리
미래한국당 공천 절차 위반
대법, 등록무효 결정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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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종수 연세대 로스쿨 교수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급조된 이른바 ‘비례용 위성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한 시민단체가 낸 선거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이들 정당의 후보자 공천이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지난주 내렸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어렵사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이 있었고, 이에 거대 양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례용 정당을 따로 만들었다. 국민이 아니라 사실상 정당이 만든 정당이다. 그래서 흔히들 위성정당이라고 부르지만 ‘클론정당’(clone party)에 더 가깝다.

정당법은 제2조에 정당이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개정된 선거법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이 당내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점과 함께 관련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해당 정당의 후보자 등록은 무효가 된다. 특히나 위성정당으로 만들어진 미래한국당의 후보자 추천 논란은 언론 보도를 통해 소상하게 알려졌다. 당내 절차를 거쳐 작성된 명부를 모당(母黨)의 대표가 거부하고서는 미래한국당의 당대표와 집행부가 하루아침에 바뀌고, 후보자 명부가 다시 작성되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이 정도면 후보자 추천에서 형식적으로라도 ‘당내 민주적 절차’의 외양을 갖추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된다.

현행 헌법은 제8조에서 유독 정당에만 이른바 ‘당내 민주주의’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회 내 여느 단체들과 달리 정당은 공직 선거에 참여하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 집권 정당이 돼 곧바로 국가권력을 떠맡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당(私黨)이 아니라 공당(公黨)임이 강조된다. 오늘날의 국가권력은 모름지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헌법상의 원리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작동해야 하는데, 만약에 당내 민주주의가 확보되지 못한 비민주적인 정당이 집권하는 경우 이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당내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당원들, 즉 정당 토대로부터의 상향식 의견 수렴으로 이뤄지고,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 특히 정당의 집행부 구성과 공직 선거의 후보자 추천에서 요구된다. 예컨대 1993년 5월 독일 함부르크 헌법재판소는 함부르크 시의회 선거에서 기민당(CDU)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가 포함된 선거가 민주적 선거 원칙을 위반했다며 1991년에 치러진 선거 전체를 무효로 선언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전당대회를 당내 소수 계파가 주도하면서 다른 대체 후보들의 추천 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된 게 사달이었다. 그런데 무효로 선언된 이전 선거에서 패배한 기민당이 재선거에서 승리해 이로 인한 논란이 또한 불거졌다. 비민주적인 공천에 스스로 유책한 당사자인 정당이 선거 결과를 번복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가능성이 주어졌다는 측면에서 판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됐다. 어쨌든 이 판결은 당내 민주주의 요청의 규범적 의미를 확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총선에서 중앙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이 한바탕 소동 끝에 번복해 작성,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등록 무효를 결정했어야 했다. 선관위는 여기서 형식적 심사 권한만 갖는다며 변명할 일이 아니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앞서 소개한 함부르크 헌법재판소처럼 헌법과 정당법 및 선거법이 요구하는 ‘당내 민주주의’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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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선거 결과 다수 유권자들이 이들 위성정당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규범적인 판단은 이와 달라야 한다. 향후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간의 길항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될 법하다. 늘 일탈을 꾀하는 정치를 규율하는 것이 법에 맡겨진 몫이다.
2022-01-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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