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헌법 너머] 사람도 조직도 풀어야 지방자치가 산다

[이종수의 헌법 너머] 사람도 조직도 풀어야 지방자치가 산다

입력 2019-01-20 22:32
수정 2019-01-2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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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국외 연수 중에 벌어진 추태와 폭행 사건이 화제다. 국민 혈세로 행해지는 의원과 공직자들의 연수 같지 않은 단체여행이 세간의 구설에 오르내린 일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그간 지방의회 의원의 낮은 수준을 두고 일각에서 꾸준히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13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기초의회 폐지가 적극 논의됐고,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때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당 공천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지난해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주의로 인해 대다수 지방의회를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바람에 소속 정당이 같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거의 유명무실해지는 문제가 거듭 불거졌다.

선거제도 개편 등 개혁이 필요하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가 바로 기초의회이고,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리상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제도이기 때문이다. 주민 자치의 차원에서 애당초 무급의 명예직으로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직이 어느새 버젓이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유급직이 됐다. 이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아예 안중에 없다. 이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대거 지방의회 의원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으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영향력 또한 그만큼 더 커졌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조직을 풀어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선결돼야 할 과제다. 먼저 사람을 풀어야 한다. 지방자치에는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지역의 여러 현안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름의 해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다. 고학력층이 많은 대도시와 달리 중소도시나 군 단위에서 앞서 언급한 지적 역량을 갖춘 인적 집단으로는 교사와 공무원이 고작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지방자치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들이 바로 지역의 교사들인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현행법상 교사와 공무원에게는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니 주로 ‘지역 토호’들이 지방자치를 전횡하게 된다. 그나마 과천시처럼 젊은 주부들의 정치 모임이 활성화돼 지방자치에 적극 참여하는 드문 사례가 있다.

조직도 풀어야 한다. 오늘날의 민주 선거에서는 정당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당제 민주주의’라고들 말한다. 지방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현행 정당법상으로는 이른바 ‘전국정당’만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정당이다. 즉 서울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의 시·도당과 각 시·도당마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정당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국정당에 대응하는 개념인 ‘지역(지방)정당’의 활동 공간이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전국 단위로 행해지는 선거라면 몰라도 각 지역에서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왜 이처럼 전국정당들만이 독점해서 활동해야 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대다수 유럽 나라들의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정당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오사카당 등 지역정당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컨대 ‘한강사랑당’ 또는 ‘빛고을사랑당’과 같은 지역정당들이 해당 지방선거에서 전국정당들에 맞서 지방자치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자. 따라서 중앙당의 개입 및 공천에 따른 잡음과 부작용이 크다며 지방의회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거대 정당들이 그간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지역정당들의 활동 공간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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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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