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헌 칼럼] 이원집정부제 통일 이후에나 논의하라

[곽태헌 칼럼] 이원집정부제 통일 이후에나 논의하라

입력 2014-11-06 00:00
수정 2014-11-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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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헌 논설실장
곽태헌 논설실장
정치권에서 개헌이 핫이슈가 됐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전에도 개헌론은 심심찮게 거론됐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개헌을 희망했지만, 메아리 없는 제안에 그쳤다. 김 대표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스트리아식 이원(二元)집정부제로의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집정부제는 국방·외교 등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고, 경제·사회 등 내치(內治)는 총리가 맡는 식이다. 국민들은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주요2개국(G2)에서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한다면, 대통령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립 변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원집정부제에서는 특별히 할 게 없다. 강대국이 아닌 나라가 이원집정부제를 하면 총리에게 사실상 실권이 있는 의원내각제와 비슷하게 된다.

헌법에는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개헌론자들은 대통령의 권한과 임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헌 찬성론자들은 현행 헌법의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는 정략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1971년 대통령 직선을 끝으로, 다음해 개헌(유신헌법·4공화국 헌법)을 통해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을 통해 직선제가 부활됐고, 그 내용을 헌법에 담는 과정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6년 단임제를 주장했으나 제1야당인 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5년 단임제가 나왔다. 5년 단임제가 당리당략에 따른 산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개헌론자들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제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가원수다. 국가원수이기에 파워는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현행 헌법하의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소불위(無所不爲)가 아니다.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은 국회해산권, 긴급조치권,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1 추천권이 있었다. 1980년 헌법(제5공화국 헌법)에도 발동 요건은 유신헌법보다는 다소 까다로워졌지만 국회해산권과 비상조치권 등 소위 ‘대권적 권한’은 여전했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은 이러한 ‘비상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무엇을 보고 ‘제왕적 대통령’ 운운하는지 모를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은 편견이고 선입견에 가득 찬 말이다.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그제 이원집정부제를 비판했듯이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이원집정부제를 찬성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잘 먹고 잘 살아 보자고 외치는 ‘뜨거운 동료애’의 다른 표현이 이원집정부제다. 현행 헌법이 정략에 따른 산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야말로 매우 정략적이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과 다를 게 없다.

현행 5년 단임제의 수명이 다했다고 치자. 그래서 대안으로 4년 중임제나 6년 단임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는 차선도 아닌 최악이다. 가장 호전적인 집단이라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도 여야가 심심하면 싸움이나 하는 판에 이원집정부제에서 허구한 날 대통령과 총리가 힘겨루기나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스트리아처럼 영세중립국이라면 이원집정부제면 어떻고, 삼원집정부제면 또 어떻겠는가.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이원집정부제를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요순(堯舜)시대도 아니다. 이원집정부제를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남북 통일이 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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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seoul.co.kr
2014-11-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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