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세상

[김균미 칼럼]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세상

김균미 기자
입력 2019-06-26 23:20
수정 2019-06-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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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대기자
김균미 대기자
지난달 발생한 서울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귀갓길 여성들을 노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룸 등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두 달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보면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 수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들이 더 안전해 보이지도 않는다. 사건 발생 시간은 심야나 새벽이 많지만, 대낮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가해자가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도 있지만 원룸 건물 같은 층에 사는 ‘무서운 이웃’도 있었다. 아파트에서 앞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원룸이 몰려 있는 건물들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원룸 공포’와 관련된 사건들이 최근 들어 더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이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알려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신고조차 안 된 사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직장여성을 다룬 스릴러 영화 ‘도어락’이 다시 회자되고, 20·30대 여성들의 소름 돋는 경험담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이라면 연령을 불문하고 살아오면서 불쾌했거나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두려웠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남성이라고 물론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건 아니다.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여성들의 경험담에 과민반응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였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이 주변에 더 많다. 3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공동화장실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남역 사건 이후 법적·제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사회적 변화는 크지 않다. 불법 촬영과 유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거리에서, 공공화장실에서 시작해 이제는 집 안으로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은 통계를 보면 더욱 확실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3만 490건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3447건보다 10배나 많았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1300여건이나 된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년 여성 1인가구는 남성 1인가구에 비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2266배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현재 1인가구는 전체의 29.2%이다. 남자가 57.5%, 여자가 42.3%를 차지한다.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9%가 일상생활에서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이 80%로 58%인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가장 불안한 장소로 여성은 공중화장실(52%)을, 남성은 숙박업소(65%)를 각각 꼽았다. ‘안심화장실’이 늘고 있지만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대학가와 지하철역 화장실 등에서 끊이지 않아 안전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경찰 등이 손 놓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멀게 느껴지는 시민들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 대책을 내놓기보다 이미 발표된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촘촘하게 빈틈을 줄이는 게 먼저다. 사생활 침해와 빅브러더 논란이 제기되지만, 안전을 위해 취약지역과 시설에 우선적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려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야 한다. 경찰청이 지정한 2875곳의 여성 안심 귀갓길에 설치된 비상벨도 정기적으로 작동 여부를 점검해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의 11만개 숙박업소와 목욕업소에 대한 불법 촬영 점검도 좋지만,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불법행위가 두 번 적발되면 업소를 폐쇄하겠다는 발표가 엄포여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법을 어기면 누구든 처벌받는다는 원칙이 서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언제까지 공공화장실과 자기 집에서조차 불안감과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하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허(許)하라.

윤수혁 서울시의원, ‘제2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대제전’ 축사… “무대를 완성하는 건 결국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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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im@seoul.co.kr
2019-06-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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