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우병우, 한동훈 그리고 천재불용/이제훈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우병우, 한동훈 그리고 천재불용/이제훈 사회부장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22-09-18 20:32
수정 2022-09-1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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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수석 뻣뻣함이 영명함 가려 약점
한 장관, 의원과 품격 있는 언어 사용해야
재주 많지만 덕이 없다면 재주 아까울 뿐

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는 천재에 가까웠다. 대학 시절인 만 20세에 제29회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하고 검사 임용도 차석으로 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소유했다. 검사 시절에도 한번 마음먹은 일은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이 있어 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윗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 부분을 수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그의 집요함을 직접 옆에서 본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2008년 그는 김평수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6개월 사이에 보완 조사를 거쳐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다. 김 전 이사장은 결국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당시에도 지나치게 거친 수사 스타일과 ‘저인망’식 먼지 털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학은 물론 검사 시절 실패는 모르고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주요 보직을 돌아가며 섭렵한 그였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뻣뻣함이었다. 오죽하면 별명이 ‘깁스’였을까.

우 전 수석은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선후배를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런 약점이 자신의 영명함을 가리는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맡으며 어쩌면 비극은 예고됐을지도 모른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우 전 수석은 옷을 벗었다. 이후 민정수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가 국정농단과 맞물려 구속되며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됐다.

새삼스레 우 전 수석 얘기를 꺼낸 것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때문이다. 한 장관의 능력도 우 전 수석 못지않다. 그 역시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달 22일과 이달 9일 국회에서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최강욱ㆍ이수진 의원과 주고받은 문답이 SNS상에서 화제다. 이 의원은 ‘음주질의’라는 굴욕을 당했고, 최 의원은 “저따위 태도”라는 품격 잃은 언어로 점수를 잃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이 한 감정적이고 날 선 답변도 보는 사람을 힘들게 했다. 한 장관 입장에서야 채널 A사건으로 개인적인 고초를 겪고 ‘감옥에 갈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어쩌면 그런 반응이 당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장관 언급대로 ‘일국의 법무장관’ 아닌가. 개인적인 감정은 뒤로하고 좀더 품격 있는 대답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검찰총장을 지낸 한 인사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 화제였다. 그는 한 장관에 대해 “마치 우병우를 보는 것 같았다”고 우려했다. 검사 시절 한 장관을 많이 아꼈다고 들었던 터라 무척이나 놀랐다.

추석 연휴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상위권에 들었다. 여권의 자중지란 속에 사이다 발언 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스타 장관을 강조하는 윤석열 내각에서 한 장관만큼 인지도가 높고 스타성 있는 장관은 없다. 그렇지만 한 장관이 날 선 발언을 할수록 중도층은 떠나고,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떨어질 것이다. 우 전 수석이 무너진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가 검찰청에 소환되며 질문하던 기자를 쏘아보던 장면이다. 그 후 그는 결국 밉상이 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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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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