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시장’을 임명하나/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시장’을 임명하나/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21-08-12 20:42
수정 2021-08-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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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정치부 차장
강국진 정치부 차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 오새훈을 서울시장으로, 이제명을 경기도지사로 임명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 이 보도를 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십중팔구 극도로 분노하거나 가슴이 턱 막힐 만큼 어처구니없어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저것들이 아직도 적화통일 야욕을 못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저러고도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며 혀를 끌끌 찰 것이다.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다.

오해는 하지 말자. 오새훈·이제명 얘기는 100% 허구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엄연한 국가인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일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부터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도 등 5곳의 도지사를 임명한다. 물론 정식 임명장도 준다. 심지어 차관급이다. 이들 도지사 5명은 1억원이 넘는 연봉과 2000만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차관급으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의전을 누린다.

이북5도지사들로 구성된 이북5도위원회는 엄연한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 조직이다. 이북5도위원회는 이북5도에 대한 정보 수집, ‘수복 시 실시할 제반 정책 연구’와 관련 단체 지원·관리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런 게 실제로 이뤄질 턱이 없다. 이북5도지사는 차관급 의전을 받으며 하는 일 없이 소일하는 경로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이북5도위원회가 조직 목표로 내세운 활동을 정말로 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 아닐까 싶다.

만약 중국 정부가 ‘국토 관념을 명확히 하고 언젠가는 기필코 달성하고야 말 실지 회복에 대한 통일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차관급 타이베이시장을 임명한다면 이해하고 납득할 외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정작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70년 넘게 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에 정식으로 항의하면 우리 정부는 뭐라고 변명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최근 황해도지사와 함남도지사를 임명했다고 하니 창피한 노릇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평양시장과 신의주시장, 원산시장도 임명한다. 1945년 해방 당시 이북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도지사, 시장, 군수, 거기다 읍면동장까지 임명한다. 그렇게 임명장을 받는 사람이 얼추 1000명가량 된다. 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명예 시장·군수는 도지사가 임명한다. 명예 시장·군수·읍면동장들은 임기 3년 동안 정부로부터 수십만원씩의 수당까지 받는다. 자격 조건은 이북에서 태어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남쪽으로 넘어왔다고 해도 최소 68세다. 읍면동장을 채우기 힘들어지자 요즘은 ‘이북에서 태어난 사람의 자녀’에게도 자격을 부여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금하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행안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북5도위원회의 뿌리는 1949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북5도지사를 임명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실향민 원적 발급을 보증해 주는 등 정부 기능도 일부 수행했지만 법적 근거는 없었다. 1962년 이북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생기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1967년부터는 명예 시장·군수에게, 1970년부터는 명예 읍면동장에게도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는 일 없고, 일을 해서도 안 되는 조직으로 70년 넘게 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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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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