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 주택정책, 기로에 서다/김승훈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 주택정책, 기로에 서다/김승훈 경제부 차장

김승훈 기자
입력 2021-01-21 17:32
수정 2021-01-2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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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정치부 차장
김승훈 정치부 차장
서울 주택정책이 기로에 섰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 운명이 결정된다.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가 유지되거나 180도 바뀌게 된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부동산 대전(大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주택정책을 공약 첫머리에 올렸다.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공급 방식을 둘러싼 각론은 확연히 다르다. 여당은 정부의 공공 주도 개발과 궤를 같이하는 반면 야권은 민간 주도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000만 시민의 주거 안정과 직결된 서울 주택 공급은 시장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다.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등 도시계획 절차 중 일부분만 시의회 협조를 구할 뿐 인허가는 오롯이 시장 몫이다. 시장 한마디에 재건축·재개발 추진 여부가 정해진다는 뜻이다. 서울시 전현직 간부들은 “서울 주택 공급은 시장의 절대적인 권한이다. 정부는 권한이 없다. 그동안 묶어 놨던 강남이나 여의도 재건축은 시장 한마디면 곧바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주택정책 속사정을 잘 아는 간부들은 “야권 출마자가 시장이 되면 서울 주택 관련 통계가 지금의 ‘공급 충분’에서 ‘공급 부족’으로 바뀔 것이다. 기준과 범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치는 바뀐다.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야권 출마자가 시장이 되면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도록 주택통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시의회 상황은 야권 출마자들이 후보 때든 당선됐을 때든 주택정책에 ‘올인’(다걸기)하게 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세훈 학습 효과’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오 전 시장은 중도 하차하기 전 2010년 7월~2011년 8월 1년간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전무했다. 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반대로 예산이 투입되는 그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었다. 초선(2006~2010년) 땐 전체 시의원 113명 중 한나라당(91명)이 압도적으로 많아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지만 재선 땐 새정치민주연합(74명)이 우위를 점하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시 간부들은 “예산과 조례 제·개정은 시의회 고유권한이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든 조례 제·개정이든 사사건건 시의회에서 반대하니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오 전 시장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전체 시의원 109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101명으로, 말 그대로 ‘싹쓸이’다. 오 전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야권 출마자가 시장이 됐을 때 대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시장 고유권한인 주택공급 정책밖에 없다.

여당 출마자들 어깨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명운이 걸려 있다. 야권 출마자가 시장이 돼 주택정책을 바꾸면 정부 부동산 정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 정책이 곧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대하면 정부의 공급 대책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고, 정책 방향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정부가 신규 택지를 발굴해 주택을 공급하려 했던 ‘강남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고, 정책 방향마저 서울시가 밀어붙였던 도심 고밀개발로 바뀌었다. 같은 당 시장의 반대로도 각론(대책)과 원론(방향)이 모두 바뀌는데, 야권 출마자가 시장이 되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서울 주택정책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유권자들의 혜안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당만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하지 말고, 여야 후보들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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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nam@seoul.co.kr
2021-01-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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