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서울 vs 서우얼(首爾)/주현진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서울 vs 서우얼(首爾)/주현진 베이징특파원

입력 2012-08-18 00:00
수정 2012-08-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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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중국어로 ‘서우얼신원’(首爾新聞)이라고 부른다.

베이징(北京)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소속사를 소개할 때마다 ‘서우얼’이란 두 글자에 반감을 나타내는 중국인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불만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왜 멀쩡한 한청(漢城)을 서우얼로 고쳐 부르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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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서울을 서우얼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무렵이다. 그전에는 한성(漢城)의 중국식 발음인 ‘한청’으로 통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의 중국어 표기인 한청이 서울의 발음과 달라 혼선을 초래한다며 서우얼로 불러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해 서울의 중국식 이름이 바뀐 것이다. 서울신문사의 중국 이름도 그 이듬해부터 ‘서우얼신원’으로 변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인들이 서우얼이란 이름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한국이 수도의 이름을 근자에 한청에서 서우얼로 바꾼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즉,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반감으로 기존의 중국식 명칭을 버리고 한국식 이름을 새로 만들어 수도 이름을 서우얼로 바꿨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2005년 서우얼로 바꿔 불러 달라고 중국에 요청할 당시 중국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중화 문화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한국의 민족주의’라는 엉뚱한 비난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한성은 조선시대 때 부르던 서울의 이름이다. 고려 후기나 신라 때는 한양(漢陽)이었다. 일제 때 경성(京城)으로 불리다 해방 1년 뒤인 1946년부터 줄곧 서울로 불렸다. 마치 세계 4대 문명 고도(古都)인 중국의 창안(長安)이 한(漢)나라나 당(唐)나라 땐 창안이지만, 명(明)나라 이후 시안(西安)으로 바뀌는 등 시대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 것과 같은 이치다. 어쨌든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인이 진작부터 서울을 서울로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면 자신들의 둔함에 멋쩍어하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되레 왜 중국은 각국의 지명을 해당 국가의 발음과 최대한 비슷하게 음역 표기하면서도 유독 본명이 서울인 서우얼만은 한청으로 불러왔느냐고 반문도 해 본다.

이 같은 오해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우선 한·중 양국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하기 직전 북쪽만 인정하고 남쪽은 무시하는 정책을 펴왔고, 한국도 수교 전까지 중국을 중공(中共)으로 부르며 타이완(臺灣)만을 중국으로 인정했다. 오는 24일로 수교 20년을 맞는 두 나라는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갈등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상대를 편견의 틀 속에서 해석할 뿐 정작 서로에 대해 알아 가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고 있다.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양국 언론의 태도도 문제다. 최근 폐막한 런던 올림픽 당시 중국 포털사이트에 한국 관련 뉴스가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 왔지만 대부분 중국인을 자극하는 내용 일색이다. “넘어진 류샹(劉翔) 비극에 한국 네티즌들 ‘잘됐다’” , “한 언론, ‘쑨양(孫楊) 습관성 박태환 따라하기’ 비난”, “인천시장, ‘박태환, 아시안게임서 쑨양에 반드시 설욕해야’ 주문” 등 부정적이고 선정적인 부분만 확대보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론적으로 오해와 갈등은 쌓여 가는데 해소는 없고 증폭만 있다. 서울시는 서우얼이란 이름이 서울과 유사하고 한자로 ‘으뜸가는 도시’란 뜻도 담겨 있어 서울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만 생각한 것 같다. 서우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서 중국이 변경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또 이에 따라 생겨난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서울신문 베이징 특파원 명함에 서울은 1946년부터 이미 서우얼이었다는 설명을 곁들이면 어떨까.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한국을 소개하고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인 소통, 한·중 수교 20년을 맞아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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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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