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신문(新門)과 신문(新聞)/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옴부즈맨 칼럼] 신문(新門)과 신문(新聞)/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입력 2012-03-07 00:00
수정 2012-03-0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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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팔로잉하던 목록을 싹 정리했다. 주요 일간지와 유명 정치인의 계정을 팔로어하며 정보도 얻고 의견을 제시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한동안은 잠시 접어두려 한다. 개강도 했으니 트위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타임라인이 ‘공천’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저마다 비슷한 내용을 올리고, 봤던 내용이 리트위트되고, 그것이 또 리트위트되는 바람에, 좋아하는 가수가 올린 트위트를 보거나 오늘의 유머를 본다거나, 친구가 올린 재미있는 글을 읽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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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이러한 상황은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일주일간, 서울신문의 4, 5면을 채운 것은 모두 공천 관련 이슈였다. 헤드라인에 ‘공천’이라는 글자가 등장하지 않은 적이 손에 꼽았을 정도다. 물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공천은 그 꽃을 피우고자 흙을 고르는,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단계다. 게다가 예비 후보들의 단식농성과 삭발투쟁이 이어지고 후보의 도덕성 논란, 코드 공천 논란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3월 2일 자) 상황이니, 이것을 주요 기삿거리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문이 여기에만 집중하는 동안, 좋아하는 가수의 동향이나 친구가 올린 웃긴 이야기보다 중요한 무언가는 잊혀짐을 기억해야 한다.

큰 화젯거리에 집중된 신문의 보도 행태는 전통적인 신문의 역할에는 들어맞지만 스마트 혁명의 시대에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어긋난다. 신문(新聞)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매체다. 인터넷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신문은 그 역할에 적임인 매체였다. 강과 바다가 가로막는 먼 지역의 소식도,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던 정치판의 소식도, 현관 앞에 나와 허리를 굽혀 신문을 줍는 수고만 하면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먼 곳의 그리고 높은 곳의 소식은 곧 새로운 소식이었고, 따라서 그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신문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신문에 달라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의 새 소식은 내일 아침이 되면 어제의 소식이 된다. 장벽 바깥의 정치권 동향은 이제 클릭 한 번으로도 접할 수 있다. 종이신문은 자신의 전통적인 구실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에 신문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감히, 약자를 조명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독자가 보기에는 별다를 바 없는 비슷비슷한 공천 뉴스들에 쏟을 정성의 딱 반절만, 우리 곁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주문하고 싶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던 길의 바로 건너편에는 다만 노동자로 인정받으려고 1500일째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특수고용직 학습지 노동자들이 있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관심이 쏟아지는 동안 트위터에서의 농담으로 구속당한 박정근씨에 대한 관심은 트위터 속에만 머물렀다. 도덕성 검증 공천을 외치고자 부산에서 올라온 이들보다(3월 5일 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평택의 쌍용자동차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알리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실화(實話)들 속의 잃어버린 이야기(失話)를 보도하는 것이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의 신문이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슈퍼 차이나’의 위기와 ‘차르 푸틴’의 3선과 같이 먼 거리의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는 만큼,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지만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약자들과 독자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사는 어떨까.

어제의 소식과 정치적 이슈의 지루한 보도에 천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이 발 디딜 공간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날것의 정보가 시시각각 제공되는 시대에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설 자리를 줄이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문(新聞)의 길은 인터넷 속보에 맡기고, 이제는 무심히 지나치던 발걸음을 잠시나마 따뜻한 머무름으로 바꿀 수 있는, 단절된 우리와 그들의 사이를 잇는 새로운 문(新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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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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