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늙은 사과나무와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늙은 사과나무와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입력 2013-12-26 00:00
수정 201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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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과나무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른들이 적절한 사과나무 교체에 실패, 파산하며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사과나무는 나이를 먹어 쇠약해지면 새 묘목으로 갈아주어야 좋은 열매가 열린다. 경쟁력 있는 품종 선택도 중요하다. 당시는 신품종 사과가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품종 선택에도 실패,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과도한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여느 과수원에서 보는 사과나무처럼 상품성 있는 사과들이 무한정 열리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중시되는 시대가 되며 늙은 사과나무는 가차 없이 교체된다. 사과나무 생애주기가 짧아졌다. 예전엔 심은 뒤 20년 안팎 지나 수확했으나 지금은 4~5년 만에 수확하는 품종이 많다. 100년 이상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도 있지만, 상품용 사과나무는 수명이 20년 정도로 짧다.

일본을 오가며 고품질 사과 묘목을 국내에 도입한 경북 청송군의회 이성우 의장은 최근 서울신문 행사에 참석, 기자에게 “사과나무는 5~15년 때 맛있는 사과가 가장 많이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후에는 사과의 상품성이 떨어진다. 순차적으로 사과 묘목을 갈아 심어야 품질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된다. 상품성 있는 사과 생산 기간이 불과 10여년이기 때문에 과수농가의 투자비용이 늘어났다.

그래서 다수의 사과농가들은 수종을 바꿀지, 지력증진 등을 통해 좀 더 수확할지, 과수원을 포기할지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제 통상환경 변화도 사과농가들을 버겁게 한다. 향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개방 파고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밀려 들어올 값싼 외국산 사과, 대체 과일과도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 적기 사과나무 교체가 절실해지는 분위기다.

적절한 시기에 교체나 신진대사를 요구하는 것은 사과나무뿐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한국정치는 시민들이 권위주의 군사정권을 끝내고 5년 단임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했던 ‘1987년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26년이 흐르면서 시대환경에 맞지 않는다며 개헌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 극심해지며 새 정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세력 교체 요구를 수반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득권 세력의 야합”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2%로, 민주당(10%)의 세 배인 것은 물론 새누리당(35%)도 위협하게 됐다. 기성정치인이 적지않은 신당이 새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확실성 투성이지만 기성정치세력은 기득권 향유에 열중한다. 과수농가보다 위기의식이 약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성정치권이 제 살을 도려내는 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국민들은 한국정치가 늙은 사과나무처럼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정치권이 끝내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의 인내력이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할 수 있다. 한국정치가 쇠약해진 사과나무 신세가 돼서야 되겠는가. 한국정치가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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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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