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입력 2013-12-16 00:00
수정 2013-12-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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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국제뉴스의 최고 이슈메이커를 선택하라면 단연 에드워드 스노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년 5개월 남짓 국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단일 인물·사건으로 스노든을 가장 많이 기사화하기도 했지만, 그의 폭로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파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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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국제부 기자
최재헌 국제부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컴퓨터 기술자인 스노든은 지난 6월 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NSA가 ‘프리즘’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을 시도하고 컴퓨터를 해킹, 이메일을 들여다본 사실을 폭로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가디언 보도 직후 미 정보당국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스노든의 주장은 과대망상에서 비롯됐으며, 자신들은 합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성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스노든의 1급 기밀문서를 인용, 전 세계 970억건의 도·감청이 이뤄진 지역과 국가별 정보 수집 빈도를 담은 ‘첩보감시 세계지도’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다급해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프리즘이 미 의회가 허가한 비밀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화살을 맞은 공화당은 스노든을 국가 기밀을 국외에 넘긴 ‘반역자’로 지목, 무차별 색깔론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는 미 워싱턴포스트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점점 더 확산됐다. 주미 대사관을 포함해 38개국의 외국 공관 인터넷과 팩스가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 35개국 정상의 개인 통화도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메르켈이 도청당한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말렸을 것”이라면서, 짐짓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변명한다. 결국 이 해명도 NSA의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NSA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불법 도·감청 행위를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현재 진행형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로 댓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을 위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익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두 정보기관장의 뻔뻔한 해명에도 수법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의도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사건을 보고 있자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나마 미국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거짓은 숨길수록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커진다는 사실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직접 경험했던 역사적인 교훈 덕분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2013년 12월 국정원과 대한민국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때다.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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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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