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덕수궁길 차량중심 가로정비 유감/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기고] 덕수궁길 차량중심 가로정비 유감/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입력 2013-12-02 00:00
수정 2013-12-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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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얼마 전 서울시와 중구에서 국민들이 뽑은 가장 걷고 싶은 길인 덕수궁길을 보행자 우선의 가로에서 차량 위주로 차도를 정비했다. 이에 대해 이를 설계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자 한다.

덕수궁길은 생활 가로에서 차를 인위적으로 천천히 달리게 해 가로 전체를 보행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보차공존 도로다. 이를 위해 덕수궁길에는 차도와 보도 사이의 턱을 없애 가로를 광장처럼 느끼게 하고 S형 가로구조, 볼라드, 사괴석, 험프, 바닥패턴, 식재 등 물리적·심리적으로 차량이 속도를 늦추게 하는 여러 기법들이 도입됐다.

이번 덕수궁길 정비의 가장 큰 문제는 차량 감속을 위한 원래의 설계 의도를 무시하고 차도를 바꾼 것이다. 사괴석, 험프, 바닥패턴 등 여러 차량 감속 장치를 제거하고 차량이 최대한 빨리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변경했다. 원래 있었던 덕수궁길 입구의 사괴석(정육면체 돌담·보도 조성에 사용되는 돌) 교차로와 차도 양쪽의 사괴석은 심리적·물리적으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도록 설계된 것인데 이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아스팔트를 입혔다. 이 사괴석을 제거하면 경관만 해칠 뿐 아니라, 운전자는 속도를 내게 돼 감속장치 없는 S자형 가로는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차도 및 보도의 폭 자체는 논란의 핵심이 아니다. 덕수궁길은 인도와 차도 모두에서 사람들이 천천히 달리는 차와 함께 안전하게 길을 광장처럼 사용하도록 설계된 보차공존 도로다. 문제는 이번 공사로 인해 보행자 위주의 보차공존 도로가 차량 위주의 보차분리 도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은 떨어진 사괴석이 날아가 인명사고가 날까봐 사괴석을 없앴다고 하는데 원래 설계대로 차량속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사괴석이 떨어지면 떨어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시공을 해야지 귀찮다고 무조건 제거하는 것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덕수궁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지금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인터넷 공모에서 국민들이 최우수상으로 뽑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이번 공사로 이 보행자 천국의 덕수궁길이 차량 중심의 평범한 길로 돌아가 버렸다. 서울시 공무원 몇몇 때문에 우리의 문화유산을 망쳐서는 안 된다.

덕수궁길은 이곳을 찾고 걷는 많은 국민들의 길이다. 길을 변경한 이유라고 하는, ‘정동극장으로 가는 관광버스가 편하게 달리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덕수궁길은 대형차량을 위한 길이 아니다. 대형차량은 이곳이 아니라 경향신문 쪽으로 진입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관광버스로 빨리 지나가는 덕수궁길이 아니라 보행자를 위한 차 없는 덕수궁길을 보러 온다.

우리나라에서 2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국민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곳을 만든 예가 많지 않다. 덕수궁길은 서울시 도시행정의 쾌거이다. 그런데 몇 천만원의 예산을 아끼려고 덕수궁길을 이렇게 바꾸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행정이다. 더욱이 이것이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보행친화도시 서울비전’의 실천인지 의문스럽다.

우리 후손을 위해서라도 근대 한국역사의 상징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덕수궁길을 원래 형태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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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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