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무상보육 지방채 발행과 ‘밀어내기’/강국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무상보육 지방채 발행과 ‘밀어내기’/강국진 사회부 기자

입력 2013-09-09 00:00
수정 2013-09-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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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사회부 기자
강국진 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지난 5일 무상보육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뒤늦은 결정이지만 다행”이라며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1219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당초 무상보육은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무상급식에 맞불을 놓기 위해 국회 예산안심의 막판에 ‘끼워넣기’를 했다. 재원 대책은 물론이고 재정 추계도 제대로 안 한 채 졸속으로 시작한 것이 지난해 무상보육 사태의 원인이었다. 당시 정부가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려 하자 이를 가로막은 건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국고 보조 비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영유아보육·유아교육 완전국가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주체는 현 정부다. 하지만 현재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는 그동안 ‘서울시가 추경을 편성해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전국 공통 국가사무로 해야 할 사업을 갖고 서울시에 빚을 내라고 강요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제 와서 지원한다는 1219억원도 출처를 따져 보면 지난해 예산안 심의 당시 국회가 지방비 부족분 국고지원을 위한 예비비로 편성한 것에서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전에 “중앙정부에 비하면 서울시는 ‘을’(乙)이잖아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다. 최근 상황을 보면서 무상보육이 ‘밀어내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든다. 대리점은 본사 방침에 따라 ‘무상보육’이라는 신상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데, 예산은 대리점이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 부담이 너무 커져 추가 지원을 요청하니까 ‘빚을 내야’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다. 결국 버티다 못해 빚을 냈더니 “뒤늦은 결정이지만 다행”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당연히 서울시가 담당해야 할 것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중앙 정부는 결국 갑(甲) 행세를 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 눈에는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빚을 지는 건 다행이 아니라 불행한 사태로 비친다.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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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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