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소 얼마나 잃어야 외양간 다 고치나/김정은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소 얼마나 잃어야 외양간 다 고치나/김정은 사회2부 기자

입력 2013-08-05 00:00
수정 201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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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서울 마포대교의 붕괴사고를 발화점으로 얘기를 풀어나간다. 마포대교 폭탄 테러범과 방송사 앵커가 생방송을 통해 긴박한 심리전을 펼쳐 나가며 관객의 심장을 시쳇말로 쫄깃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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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회2부 기자
김정은 사회2부 기자
‘박노규’란 이름을 사용하는 테러범은 수년 전 국제행사를 앞두고 서둘러 시행한 마포대교 보수공사 당시 발생한 상판 붕괴사고를 언급한다. 이 사고로 당시 일당 2만 5000원을 받고 일하던 박노규 등 인부 3명은 상판과 함께 한강에 빠져 숨졌다. 목숨을 잃은 아픔, 가족을 상실한 고통은 훗날 복수의 원동력이 된다.

물론 테러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하지만 무책임한 당국의 관리감독, 힘없는 막노동 일꾼의 목숨에 대한 보잘것없는 보상을 그리는 대목을 보면 테러범의 심정을 잠깐이나마 수긍하게 된다. 어느 순간 쫄깃해졌던 심장이 죄어 오는 먹먹함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

영화 같은 일은 현실에서도 발생한다. 이 영화가 개봉되기 수일 전, 우연찮게도 서울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로 2명의 인부가 사망했다. 그로부터 보름 전에는 장마철에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노동자 7명의 목숨을 빼앗은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는 “책임 감리제로 진행된 공사여서 관리감독을 감리업체에 일임했다”고 앵무새처럼 해명했다. 서울시의 해명이 틀린 건 아니다. 건설기술관리법상 공무원이 감리회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고 주된 책임은 감리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감리회사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을까.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발생하고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면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공사현장 안전문제, 하도급 관계, 감리문제를 하나하나 점검해 뿌리부터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말에 따라 대형 공사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방화대교 공사현장도 점검 대상에 들어갔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방화대교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급해서였는지 형식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서울시는 전문가들을 빼놓고 안전점검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6일 뒤 방화대교 상판은 무너졌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은 궁색한 단계를 넘어 비겁했다. 시 관계자는 “방화대교 안전점검은 노량진 사고 이후에 진행된 것이라 수몰사고 위험성에 대한 안전점검이었다”면서 ”도로 건설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안전점검은 말 그대로 점검 대상의 안전성을 살피는 것이다. 사후 대책 차원에서 이뤄진 ‘언 발의 오줌 누기 식’ 퍼포먼스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인재(人災)가 일어나야 뿌리부터 관행을 바꿀 것인가. 영화든 현실이든 누구도 인재의 피해자가 돼 소중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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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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