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비단의 비밀과 산업스파이/김학배 울산지방경찰청장

[기고] 중국 비단의 비밀과 산업스파이/김학배 울산지방경찰청장

입력 2013-07-18 00:00
수정 2013-07-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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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배 울산지방경찰청장
김학배 울산지방경찰청장
역사적으로 산업스파이와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서기 552년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비단 제조 비법이 산업스파이에 의해 비잔틴 제국(이탈리아)으로 유출됐고,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발전할 수 있었다.

이후 1165년의 세월이 흐른 1717년 영국의 롬브(Lombe) 형제가 이탈리아의 비단 제조 기술과 기계도면을 유출했는데, 이것이 영국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기 1363년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사람들이 따뜻한 면 옷을 입게 된 사건이 산업스파이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산업스파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왔고,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는 기업이나 회사가 개발·소유하고 있는 물품의 제조 방법, 판매 방법, 경영정보 등을 부정하게 입수하거나 정탐하는 행위이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가 약 370조원이며, 이는 올해 우리 국가 예산 342조원보다 많다. 산업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할 만큼 큰 타격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미래 10년을 책임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기술이 중국과 타이완으로 유출돼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는 산업기술 유출 손해를 입어 투자를 꺼린 사례도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 수도 울산에는 자동차·중공업·석유화학 등의 업종에 7만여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더욱 큰 지역이다.

이에 울산지방경찰청은 산업기술 유출 수사전담팀을 운영하는 한편, 기업 관련 기관·단체, 기업단체, 대기업·중소기업,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보안협의회를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업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산업기술 유출 예방교육을 시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2가지 사항에 특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 먼저, 기업인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다. 일반 국민은 물론 이 범죄로 인해 손해를 입는 기업인들조차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을 상대로 산업기술 유출로부터의 범죄 예방교육을 하다 보면, 많은 기업이 유사한 경험이 있었지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생기면 경찰과 우선적으로 상의할 것이며,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부터 당장 실천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 기업·산업기술 관련 기관·경찰 간의 협력치안체제 구축이다. 정부 3.0시대에 정부기관 간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 과제이다.

기업 및 기업단체가 경찰 등 정부기관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지속적인 만남의 장을 만들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신속히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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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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