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고졸 CEO/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졸 CEO/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11-30 00:00
수정 2012-11-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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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사 54년 이래 처음으로 고졸 출신 사장이 탄생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LG전자 가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된 조성진씨는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에 금성사(LG의 전신)에 입사, 35년 동안 세탁기 하나만 붙들고 매달렸다고 한다. 조 사장 말고도 고졸 출신 금융·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 고졸 출신으로 기업에 입사한 뒤 주경야독을 통해 대학을 졸업한 최고경영자들도 많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 664개 가운데 사장이 고졸 출신인 회사는 4.1%로 지난해보다 3.1% 늘었다고 한다.

고졸 출신 사장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올해 세계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35명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율로 따지면 7%로 국내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고졸 CEO 비율이 조금 높은 셈이다. 폴로 브랜드를 만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과 미국 리조트 업계의 큰 손인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CEO 겸 이사회 의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고졸 출신 CEO의 성공기는 훈훈한 얘깃거리가 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것만으로 학력과 학벌이 중요한 성공의 발판이라는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글로벌 기준으로 93%, 국내 기준으로 95.9%의 CEO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340명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200명은 MBA 출신이다. 글로벌 CEO들이 가장 많이 졸업한 대학(대학원 포함)은 하버드대(65명)이고, 스탠퍼드대(27명), 펜실베이니아대(24명), 컬럼비아대(18명) 등의 순서다.

고졸 CEO의 고무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업을 일으킨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 델 컴퓨터를 만든 마이클 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버진 그룹을 이끄는 리처드 브랜슨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가운데 대다수는 일단 대학에 들어간 뒤 사업을 위해 과감히 뛰쳐나온 인물들이다. 결론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대학졸업장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 그러나 CEO가 되려면 아무래도 대학 졸업장을 갖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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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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