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좌 복지·우 봉사’ 틀 벗어나야/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시론] ‘좌 복지·우 봉사’ 틀 벗어나야/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입력 2012-06-26 00:00
수정 2012-06-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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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개인’이란 말이 정착된 건 언제쯤일까? 언뜻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유교적 가부장 사회와 이민족의 압제,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개인이란 그만큼 낯선 용어였던 게 사실이다. 대신에 ‘나라’나 ‘민족’ ‘집안’ ‘가문’ 등의 용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집단 우선의 사회였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굳이 정보화나 정보혁명을 들추지 않더라도, ‘정보’는 ‘지식’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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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갑자기 왜 뜬금없는 ‘개인’ 타령인가 하면, 지난해부터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미 관계법령이 발효돼 시행 중인데도 우리 국민 상당수는 이 법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관계 기관이나 매체들은 또 그들대로 많은 담론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작 국민의 머릿속에 쏙 들어갈 단순명쾌한 메시지는 아직 제시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민간부문 개인정보보호의 한 축을 맡은 사람으로서, 그 단순명쾌한 개념과 논리는 ‘인터넷’이나 ‘보안’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개인정보는 이미 우리 헌법 곳곳에 그 의미와 보호 목적이 명시돼 있다.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18조 ‘통신의 비밀’,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바탕을 둔 일반적 ‘인격권’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집단지향성이 바로 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정착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이 법의 시행은 때늦은 감이 있으며, 금후의 우리 국민에게 개인정보 보호는 다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믿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정보’ 혹은 ‘개인정보 보호’는 우리가 한결같이 신봉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민대중(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는 기업·기관·단체들의 인식과 행태가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기업과 기관에도 사회공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기업과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좌 복지(사회복지), 우 봉사(자원봉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나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한 ‘제2회 국제 나눔 콘퍼런스’는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란 게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얼 주거나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형 공동체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이 새롭게 두드러졌다. 발제자로 나선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박상순 파트너, 그리고 국제 NGO인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제러미 프렙셔스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프렙셔스는 ‘사회적 경쟁우위 가치’(Social Advantage Value)란 표현까지 써가며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 제고, 소비자 보호 등 미래형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며, 더 나아가 ‘미래형 사회공헌’이라는 사실에 눈뜬 한국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히 ‘인터넷상의 보안’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객과 국민의 정보인권을 지켜주는 일이요, 이른바 ‘인권경영’을 통하여 해당 기업은 물론 그 기업이 속한 사회를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다. 경영전략의 대가(大家)로 꼽히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은 더욱 진화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기업경영 패러다임이다.”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 기관, 단체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특히 CEO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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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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