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의원 무노동 무임금’ /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의원 무노동 무임금’ /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2-06-14 00:00
수정 2012-06-1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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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봄.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북유럽국 방문을 취재할 때였다. 의회정치의 모범국인 핀란드·노르웨이의 의회 건물은 뜻밖에 수수했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여의도 의사당에 익숙했던 기자에겐 퍽 인상적이었다.

19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6월 5일)을 넘기고도 언제 열릴지 감감무소식이다. 호화판 시비 속에 제2의원회관까지 지어놓고 의원들은 하릴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는 꼴이다. 그래도 한가닥 염치는 남아 있는가 싶었다. 여당이 ‘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도입을 공언할 때까지는. 그러나 이마저도 자칫 구두선으로 끝날 판이다. 새누리당이 6대 쇄신안 중의 하나로 내놓은 이 방안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론이 제기되면서다.

사실 우리 의원들의 특권은 선진국 기준으로도 과도하다. 헌법상 3권분립 취지에 따른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은 그렇다 치자. 국유 철도 및 비행기·선박 무료 이용 등 크고 작은 특혜가 200가지가 넘는다. 한 의회 전문가가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처럼 의원에게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비서관까지 지원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했을 때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며칠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손수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접할 때까지는….

물론 의정활동을 제대로만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 입장에서도 의원 1인당 연간 최소 5억원이라는 예산이 아깝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권을 의회가 쥐고 있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7명의 보좌진을 거느린 우리 의원들의 평균 입법 건수를 보라.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상황에서 정부 발의 안건을 감안해도 생산성은 바닥이다. 더욱이 정기국회 이외에 짝수 달마다 임시국회를 열도록 돼 있으나 헛바퀴만 돌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여당의 ‘무노동 무임금’ 추진을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인기영합적 구호”라고 폄훼하며 낯 두꺼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논외로 치자.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반대 논거로 내놓은 ‘강의 준비론’도 가관이다. 즉, “교수의 강의만 노동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정활동 준비는 비회기인 홀수 달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회기 중에도 외유나 골프 등으로 ‘날건달 체질’을 버리지 못하는 의원들을 숱하게 보아온 터다. 19대 의원들은 선량(選良)이 아니라 한량(閑良)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든지, 국민의 혈세를 반납하든지 택일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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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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