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노인과 서대문아트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노인과 서대문아트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2-06-07 00:00
수정 2012-06-0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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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역 8번 출구 앞. 서대문로터리 고가도로를 넘어가다 보면 극장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개봉작 홍보 포스터 대신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씌어진 문구가 처량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르신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 여기가 서대문아트홀이다. 서울 한복판의 노인전용극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장년층들에게 ‘청춘극장’으로 사랑받으며 명소가 된 이곳은 이제 자취를 감춘다. 지난해 서울시가 이 지역에 관광호텔을 짓도록 허용하는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다. 개발업체 측은 올 초 서대문아트홀을 상대로 극장 자리를 비워달라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첫 재판이 열렸고, 지난달 22일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소를 각하해 폐관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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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이곳은 1964년 화양극장으로 개관했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단관 극장으로 명맥을 유지한 명소였다. 개관 당시 재개봉관으로 시작해 이듬해 개봉관이 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더욱 잦았다. 1980년대에는 영등포의 명화극장, 미아리의 대지극장과 함께 홍콩 영화 3대 개봉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극장가를 점령하자 1998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꿔 시사회 전용 극장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서대문아트홀이라는 극장 간판을 걸고 노인전용 복합문화 공간 극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9년 5월이었다. 장년층의 문화 공간으로 이름을 알린 지 불과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극장 대표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은 의미심장하다. 서대문아트홀이 이렇게 사라지면 몇 안 되는 문화공간을 뺏긴 어르신들은 더욱 갈 곳을 잃게 된다. 서대문아트홀의 지금 상황은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세월에 밀려 소외당하는 어르신들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 노인 관객 3000여명은 노인문화공연장 건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예계도 동참을 선언했다. 원로배우들과 가수, 코미디언들이 뭉쳐 합동 공연을 갖고 어르신 문화에 대한 사회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극장 측도 마지막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추억의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잠룡 앞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단관 극장의 추억, 노인 문화공간의 확충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니 눈물겹다.

극장 현관문에는 공고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붉은색 페인트로 ‘철거’라는 글씨가 흉물스럽게 적혀 있다. 단돈 2000원에 추억의 명화를, 때로는 추억의 스타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저렴하게 볼 수 있었던 노인들은 그나마 서울시가 지난 3월부터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메가박스 8층 1·2관을 대관해 매일 4회씩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외곽으로 밀려난 노인들은 그 작은 ‘문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제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서울시 한복판, 지하철과 연결된 650석의 극장 자리는 단연 노른자위다. 하지만 그곳을 노인들에게 내주는 것이 아까워 호텔을 짓는 것에 동의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 이만한 자리는 없다. 과연 이곳을 없애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비교했을 때 적절한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달라는 노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문화를 보는 시각이 겉멋만 단단히 들었다. 한류 열풍이 이슈가 되자 국내 공연장 건립이 시급하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건립을 추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문화 역시 방치하면 그만큼 사회적 손실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한류 열기와 관심만큼 소외 지역·계층을 지원하는 일도 절실하다.

폐관 극장 앞을 서성이는 노인들은 이렇게 입은 모은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제 영화도, 공연도 마음 편히 볼 수 없게 됐네. 단돈 2000원으로 한나절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 표 구걸 할 때는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노인들 덕이라며 존경한다더니, 이런 문화는 다 뺏어 가네. 이런 걸 두고 찬밥신세라고 하잖아.” 누가 이 노인들이 혀를 차게 했는가.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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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2012-06-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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