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시각장애인 앵커/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각장애인 앵커/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11-09 00:00
수정 2011-11-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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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야외 콘서트가 지난 9월 16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렸다. 이날 비가 왔지만 그의 열성팬들은 콘서트장을 끝까지 지켰다. 그와 함께 노래한 셀린 디옹은 “신에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보첼리처럼 들릴 것이다.”고 극찬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각장애를 이긴 그의 천상의 목소리에 반한 팬들이다. 그는 12세 때 축구를 하다 시력을 잃었지만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서 변호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성악 레슨을 받아 결국 스타 테너로 명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던 데이비드 블렁킷 전 영국 교육·내무장관도 시각장애인이다.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안내견과 함께 등원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장관 시절 비서들이 쳐놓은 점자 보고서나 육성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일을 능숙하게 처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평소 “밤에 불을 켜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고, 원고 없이도 청중들을 바라보며 연설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 가운데 못 보는 것은 약간의 불편일 뿐 장애가 아니라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실명하고 부모와 누나를 잇따라 여읜 뒤 한때 “왜 이런 재앙이 닥치나” 하는 좌절감에 빠졌으나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 되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장애인 최초로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안과의사가 된 장남과 현재 백악관 선임 법률고문이 된 차남을 둔 그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사회의 작은 빛이 되고 싶다던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25)씨가 그제 KBS 뉴스를 진행했다. 점자 단말기를 손으로 훑으며 매끄럽게 뉴스를 전달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이 방송사의 고정 진행자로 투입된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올해 7월 5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KBS 앵커로 선발됐다.

그는 방송 후 “약간의 실수가 있어 아쉽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떨지 않는 것만큼은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1년 계약직이라고 하는데, 그의 방송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전달하는 뉴스 자체가 ‘희망’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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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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