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위기의 시대, 정치가 희망이 되어야/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위기의 시대, 정치가 희망이 되어야/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입력 2011-09-19 00:00
수정 201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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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금융과 경제 혹은 제도의 위기로 진단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2008년에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발발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쏟아져 나온 무수한 대책들과 그 결과를 보면 누구든 쉽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안된 해결책은 문제에 문제를 더할 뿐이거나, 문제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도 처음에는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혁신적인 개혁을 공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유럽연합(EU)의 영수들은 물론 주요8개국(G8)과 G20에서도 현 금융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이 없이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여러 제안과 선언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과 더불어 지난날 위기를 불러왔던 주요 인사들이 다시 국제 금융기구나 국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주요 직책에 재임용되면서 위기 초반의 개혁의지는 용두사미가 되었고, 금융시장은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로 남아 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불러일으킨 것과 동일한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정곡을 찌르는 말을 남겼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인식(mentality)의 위기다. 기존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때에만 현재의 위기는 극복 가능하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비단 경제나 금융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정치에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의 번창과 더불어 정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제나 금융의 시녀역할을 해 왔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쟁하듯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자임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른 문재인 변호사의 돌풍이나,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당선 가능성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이제 정치가 변해야 한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나, 정권교체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정치와 정치철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다시 정치가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도 변하고, 그릇된 제도도 바로잡을 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현재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뒤얽혀 분출하는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현대사회에서 정치는 이를 중재하고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유일하고 합법적인 집단이다. 정치가 단순한 경제와 효율의 논리에만 매달리면 스스로 제자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치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여러 여론과 이해관계를 소통과 조정이란 도구를 활용하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일종의 예술이다. 특히 국가나 국경의 개념을 초월한, 혹은 우습게 여기는 경제와 금융권력이 정치권력의 입지를 급격히 위협하는 시대에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본연의 자리를 보존해야 한다.

흔히 ‘위기는 기회다.’라고 한다. 국가 정책이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편중될 때, 정치는 설 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무서운 속도로 가속화되는 지금, 정치는 부활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세간에 자주 회자되는 정치무용론을 무용하게 하려면 정치는 소통, 중재 그리고 조화를 통한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는 본래의 역할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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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치는 진리나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1958년 이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사회당의 집권을 이룩했던 미테랑 대통령은 집권 몇 년 후, “사회당이 세상을 바꾸려 했는데, 세상이 사회당을 바꾸어 버렸다.”라는 의미심장한 실토를 했다. 이 시점에서 정치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이고, 또 정치는 그러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2011-09-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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