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평행선 친일논쟁/김종면 논설위원

[씨줄날줄] 평행선 친일논쟁/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1-06-22 00:00
수정 2011-06-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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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 목놓아 통곡하노라). 역사에 갓 입문한 어린 학생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1905년 언론인 위암(韋庵) 장지연이 을사늑약 사실을 폭로하면서 황성신문에 쓴 논설 제목이다. 위암은 그렇게 고고하기 이를 데 없는 항일지사로 우리에게 각인돼 왔다. 그러나 일제 식민정책을 미화한 글이 알려지면서 한순간에 ‘거짓 영웅’이란 멍에를 짊어졌다. 마침내 ‘친일’ 전력을 이유로 독립운동 서훈마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친일문제보다 더한 민족사의 동통(疼痛)이 있을까. 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서글픈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위암 서훈 취소 논란에 이어 이번엔 인촌(仁村) 김성수 호를 딴 도로명이 도마에 올랐다. 1989년 고려대 본관 앞 인촌 동상 철거시위가 오버랩된다. 다시 친일논쟁이라도 벌어질 기세다. 고려대 인접 도로인 ‘인촌로’의 명칭에 대해 항일단체들은 인촌의 친일행적이 명백한 이상 그런 이름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대는 인촌의 친일행위 여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촌기념사업회 측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행위자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촌로는 1991년 서울시가 지정한 이래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사용돼 왔다. 그런 길이 새삼 문제가 된 것은 새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최근 고려대 인근 개운사 앞길인 ‘개운사길 51’이 ‘인촌로 23길’로 바뀌면서부터다. 그동안은 인촌로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해법은 없을까. 누군가 설득력 있는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는 없을까. 항일독립투쟁에 참여한 마지막 광복군 고(故)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썩은 사과론’을 떠올려 본다. “일제 35년간 직간접적으로 일제에 협력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했던 점을 감안해 처벌은 악질분자에 한해야 합니다. 물론 역사적 심판은 받아야겠지만 일일이 따지면 사람이 없어져요. 그 사람의 공과를 잘 따져서 총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썩은 사과가 있다고 합시다. 절반 이하가 썩었으면 도려내고 활용해야지요. 이건 남북통일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북에서는 거의 다가 공산당이었는데 이들을 공산당에 부역했다고 일률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까?” 그는 물론 평소에 “해방 후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는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한 일”이라는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역사와의 화해를 강조한 것일까. 전사불망(前事不忘). 지난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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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06-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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