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서울의 변모/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글로벌 시대] 서울의 변모/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입력 2011-05-09 00:00
수정 2011-05-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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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서울의 모습이 급속히 바뀌어 가고 있다. 수십년간 도시를 가득 메웠던 저층 건물들을 대신해 최신식 디자인으로 건설된 현대식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좁은 골목길과 한옥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옛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골목길과 한옥은 서울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한편, 한국의 원래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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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현재 서울은 점차 현대적인 유럽 도시를 닮아가고 있다. 넓은 도로들, 유리와 콘크리트 골조로 이루어진 초고층 빌딩들. 그것이 새로운 서울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현대적인 생활에는 교통 인프라 현대화, 대규모 주택 건설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토가 좁은 한국의 상황에서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변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서둘러서 과거와 결별할 필요가 있을까?

1950~1953년 한국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을 겪었다. 수백만명이 사망하고, 수십개의 도시와 촌락이 파괴되었다. 서울도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도시가 폐허로 변했고, 역사적 유산이었던 수많은 건물들이 사라졌다. 전쟁이 끝나자 그 자리에는 별 호감이 가지 않는 단순한 건물들이 급속하게 들어섰다. 당시 한국은 경제발전에만 온 힘을 쏟았기 때문에 건축은 그리 중요한 문제일 수 없었다.

그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은 아주 많이 변했다. 경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고, 국민 생활수준도 대폭 향상되었다. 이제 서울은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대도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역사적인 유산과 한국 고유의 건축 전통을 상실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의 수도 서울은 이미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옛 도심지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그 자리에는 서로서로 너무나 닮은 전형적인 부도심들이 들어서고 있다.

물론, 서울의 역사적 유산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는 아직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왕궁들이 남아 있다.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도시의 면모에 그 어떤 새로운 것을 추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청계천 복원을 들 수 있다. 복원된 청계천은 도심을 따라 흐르면서 소란스러운 빌딩 숲에 시골의 단순함과 안온함 같은 것을 주고 있다. 시골의 전통이라는 모티브는 청계천의 구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시민이 직장동료나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서울에서 더 많이 보고 있는 것은 건축물의 급속한 확산이다. 수많은 조형물과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이 항상 동양적인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을 띠고 있지는 않다. 그런 거대한 건축물들은 자국의 역사와 전통을 고려하여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서구의 아방가르드 건축물을 모방하려 애쓴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추세는 자기 독창성을 잃는 것과 관련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십년 후 후손들이 하늘에 올라가는 마천루와 넓은 무역센터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통적인 건축 기술과 디자인, 현대적인 재료를 이용해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

필자는 몇달 전 가족과 함께 구인사에 다녀왔다. 충북 단양의 아름다운 골짜기에 자리잡은 구인사는 불교의 건축 전통과 현대의 건축 기술이 성공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절의 건축 구조는 아름다운 글씨, 조각, 기와지붕 등이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품인 고속 엘리베이터, 냉장고, 플라스틱 창문 등과 어우러진 것이었다. 아마도 이 절이 최근 수십년 사이 한국에서 문화적 전통과 기술 수준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가장 명시적인 건축물의 예가 될 것이다. 혹자는 건축의 멋을 살리는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되었고, 이제 그런 건축물을 짓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가치라는 것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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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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