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균형있는 삶이 아름답다/김종회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시론] 균형있는 삶이 아름답다/김종회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입력 2010-12-17 00:00
수정 2010-12-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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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해외동포문학상 시상식 행사를 위해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모두 500편이 넘는 미주 동포들의 작품이 접수되고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친 다음 현지에 가서 시상을 하는 제도로 올해 제4회에 이르렀다. 대상 수상자의 이름은 권금성,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동포 문인이었다.

그런데 출국하기 직전, 잘 모르는 분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자신의 이름은 권천학이고 이번 문학상의 대상 수상자이며, 2년 전 서울신문의 칼럼 ‘문화마당’에서 필자가 그의 딸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 이름을 거론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았으나 딸 김하나의 경우는 기억이 생생했다. 북미동아시아도서관협의회 한국분과위원회 회장이며, 미국의회도서관이 독도의 이름을 ‘리앙쿠르 바위섬’으로 바꾸는 회의를 저지시킨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 칼럼을 찾아서 읽어 보니, 딸에게 ‘행동하지 않으면 매국노’라고 가르친 어머니의 이름이 권천학이었고 그때 나이가 62세였다. 권씨는 혹시 문학상 공모에 본명으로 응모했을 때, 행사를 주관하는 필자가 부담을 느낄까봐 설악산 바위 봉우리의 이름인 권금성을 필명으로 썼다고 했다. 딸을 올곧게 가르쳐서 정부로서도 어려운 나라 사랑의 모범을 보이게 한 것도 그렇거니와, 굳이 이름을 숨기고 몰래 작품을 낸 그 마음 쓰임새가 사뭇 감동적이었다.

권씨는 뉴욕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이 마침 딸 김하나씨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날인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이 사연을 전해 들은 시상식장은 감탄의 소리와 박수의 열기로 넘쳤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필자는, 한 사람의 균형 있는 교양과 건전한 상식이 스스로를 귀하게 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촉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도나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균형을 잃기 쉬운 시대에, 충직한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는 일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일,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던 영아가 수혈을 금기시하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부모의 반대로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숨진 일이 있었다. 해당 병원은 부모가 수술을 계속 거부하자 이례적으로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부모는 병원을 옮겼고 끝내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 사인(死因)에 대한 병원과 부모의 주장이 다르나, 인간의 생명권과 종교적 신념 사이의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것은 같다. 우주의 천지만물 가운데 인간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고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보는 세계관이 인간중심주의이다. 아이의 부모는 이 주의가 가진 일반적 상식의 균형성을 지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상식을 지키는 삶은 아름답다. 이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사이에 올바른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태도로부터 말미암는다. 어떤 종교적 신념도 이 금단의 선을 넘어서면 해악으로 발전할 길을 열어두는 셈이 된다.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이나 투쟁에 상식이 결여되어 있으면, 그것은 공동선(公同善)을 향한 성전(聖戰)이 아니라 편협한 종교적 테러에 그칠 뿐이다.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탈레반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아주 적절한 사례가 가까이에 또 있다. 궁핍한 국가 환경을 지원해 온 한국에 대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온 북한의 행태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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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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