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바돌로뮤의 한옥사랑/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바돌로뮤의 한옥사랑/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8-27 00:00
수정 2010-08-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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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한옥 밀집마을엔 탐방객이 몰려들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전통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한옥 밀집지역인 북촌엔 올해 상반기 방문자가 8만 9000명으로, 지난해 전체 방문객 수에 근접했단다. 이 지역의 집값이 지난해에 비해 20∼30%나 뛰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 설문조사에선 한국인의 40%가 한옥에 살고싶다고 응답했다니 한옥의 새삼스러운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개발 바람에 밀려 멸실 위기에 처한 한옥에 대한 관심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요, 문화의 거울이라는 측면에서 한옥의 재발견은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일찍부터 많은 나라들이 전통가옥의 보존과 되살림에 힘을 쏟아왔지 않은가. 오래된 성(城)이며 골목길마다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체코 수도 프라하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유명한 일이다. 이웃 중국만 해도 베이징의 전통가옥인 사합원을 국가 중점보호 문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곳곳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 한옥은 개발과 보존의 틈새에 놓인 문젯거리이다. 많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말이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편리함과 실속 차원에서 거부와 경시가 큰 셈이다. 1970년대, 그러니까 대략 1세대 전쯤만 해도 서울의 한옥은 80만채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 남은 것은 고작 8000채 정도. 한옥이 50채 이상 몰린 서울 98곳의 밀집지역 중 62곳이 재개발지역에 들었다니 한옥의 멸실 바람은 지속될 게 뻔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고 꼭 가보고 싶어한다는 한옥마을의 북적임에 가려진 안타까운 실상인 것이다.

동소문동 한옥에 36년째 살아온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61)의 이야기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42년 전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강릉 선교장에 살면서 한옥에 반해 한국에 눌러앉았다는 그다. 1973년부터 살아온 동소문동 한옥 지역이 재개발로 철거위기에 처하자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며칠 전 최종 승소했다. 법원 확정판결에도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려는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단다. 소송의 와중에 주민들과 숱한 충돌을 빚었고 협박편지에 매까지 감내했다는데. 전통 한옥이 좋아 온몸을 던져 한옥 지키기에 나선 미국인의 고집. 그가 좋아한 것은 그저 한옥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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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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