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금하라/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풀뿌리 정치]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금하라/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입력 2010-01-20 00:00
수정 2010-01-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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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이 계속 일고 있다. 견실한 당원층이 두꺼운 정당, 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상향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당이라야 정당공천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구미제국의 정당과 달리 실질적 당원이 없고, 1인 또는 소수의 지배세력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비민주적 정치집단이 우리 정당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정당의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불량정당’에 해당된다.

이런 정당이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당공천제를 강행하면 국회의원 후보는 당이나 계파의 보스가, 지방선거 후보는 당협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을 하게 되고, 결국 국회의원은 당의 실력자에게, 지자체의 장과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속되고 만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바로 그렇다.

국회의원 후보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은 각 정당의 재량에 맡겨서는 실천할 수 없다.”며 “상향식 공천을 법에 강제조항으로 규정해 당내 몇 사람이 쥐고 있는 공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한나라당 내 문제들의 뿌리를 캐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진다. 세종시 법안의 국회 심의와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국민도 당도 없고 ‘오직 계파가 있을 뿐’이라는 계파지상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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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지방선거후보 공천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예비후보들은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수억원대의 공천헌금을 내야 한다. 정가(定價)는 없고 더 많이 내는 사람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당이 매관매직을 한다고 국민들은 강하게 비판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거액의 공천헌금은 재임기간 부정부패를 유발할 소지가 높다. 실제로 민선 4기에 형을 받거나 자진 사퇴한 기초단체장 36명(230명의 15.7%) 중 공사낙찰이나 인·허가 등에 따른 금품수수 사례가 절반에 달했는데, 그 원인의 일부는 공천헌금 때문이었다. 지방의원들은 당원협의회 운영비는 물론 정치자금과 총선·대선 때마다 선거자금도 내놓아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조폭의 보스처럼 받들고 그 앞에서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온갖 궂은 일을 챙겨야 하고 호출이 있으면 의회의 회의 중이라도 달려가야 한다. 국회의원이 서울에서 귀향하면 공항이나 역에 출영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방선거를 지역일꾼을 뽑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권력쟁취와 당세확장을 위한 선거판으로 인식한다. 구청장을 뽑는 한 보궐선거에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지원조를 편성해 몰려가 한편에서는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다른 편에서는 ‘당리당략만 일삼는 야당에 대한 응징’이라고 외쳤다. 국회에는 수백건의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개점 휴업상태였다. 물량공세도 엄청나고 매스컴도 난리법석을 떨었다. 선거 결과 공석이 된 구청장 한 명을 뽑았다. 이런 지방선거가 바람직한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주류인 ‘386그룹’ 인사들을 6·2 지방선거와 관련된 조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6월 지방선거는 대회전인 만큼 선거승리를 위해 최적의 인력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혀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일환으로 보았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가소롭다. 지금까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을 때 정당이 책임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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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금지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시행 여부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정당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철밥통을 쉽게 내놓겠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독도는 일본에 양보할지언정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은 내놓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국회의원의 이기심에 대한 우려가 한낱 기우이기를 바란다.
2010-01-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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