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알렉산더-한니발의 교훈/김경운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알렉산더-한니발의 교훈/김경운 산업부 차장

입력 2010-01-06 00:00
수정 201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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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로마의 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영웅이 있다.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와 기원전 247년 카르타고의 한니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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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제국을 비롯한 터키, 이라크, 이집트, 아프카니스탄, 인도 북부 등을 점령하고 성숙한 그리스 문명을 전파했다. 한니발은 초기 로마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포에니전쟁의 주역이다. 원하지 않았더라도 그 역시 위대한 로마문명의 주춧돌이 된 셈이다.

두 영웅은 109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점을 지녔다. 우선 둘 다 탁월한 군사지도자인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전쟁을 직접 겪으며 자랐다. 알렉산더는 선왕인 필리포스2세로부터 잘 조직된 마케도니아군을 물려받았고, 한니발은 절대권력의 장군 하밀카르에게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에 오른 나이가 두 영웅 모두 18살이다. 알렉산더는 암살당한 선왕의 뒤를 이어 20살에 왕위에 오르고, 한니발은 부친이 전사하자 26살에 총사령관이 된다.

어린 나이에 큰 권한을 쥔 그들이 술렁이는 주변을 제압하면서 권위를 빠르게 인정받는 방법은 아무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외국 원정길에 오르는 길뿐. 알렉산더는 등극 6개월만에 페르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과감하고 기발한 기병전술 등을 앞세워 월등한 군사력의 대제국을 결국 무너뜨리고 만다. 한니발은 아프리카 코끼리를 전투용으로 변신시키고 야만족을 용병으로 끌어들이며 눈덮인 알프스를 넘었다. 기적이 아닐 수 없는 일을 강인한 의지력으로 밀어붙여 로마군의 허를 찌른 것이다.

연말연시 주요 대기업들이 단행한 인사의 큰 틀은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체제 강화와 전문경영인의 세대교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일제히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회사를 이끌었던 원로 경영인들이 물러나고 50대 새 경영진이 중용되면서 뉴 리더 그룹의 진용을 갖췄다. 그리고 화두로 꺼낸 것이 공격경영과 글로벌 마케팅 확대이다.

이 대목에서 2000여년 전 알렉산더와 한니발의 선택이 새삼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3세대 젊은 오너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놀라운 경영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답게 과감하고 기발하면서도 책임자답게 신중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환경도 비교적 어느 때보다 밝다고 하니 그동안 익혔던 경영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젊은 오너들은 ‘경영권의 변칙세습’이라는 비난의 꼬리표를 뗄 수가 있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일류 기업의 부하 직원들이 따르고, 지켜보는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다. 이미 부모세대 경영인들은 반도체 등 전자산업, 굴지의 자동차산업, 대형할인점 사업 등을 통해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 나라 국민들이 그래도 ‘재벌(財閥)’에 대해 너그럽게 여기고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쟁의 폐허국에서 반세기만에 수출강국으로 이끈 것이 이들 대기업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알렉산더와 한니발에게도 비운이 찾아든다. 연전연승에 취한 나머지 알렉산더는 아버지의 옛 측근이자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노장군을 모함에 속아 제거하고 만다. 한니발은 전승 소식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내 의회를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로마군에게 팔아 넘겨지는 꼴을 당한다. 결국 알렉산더는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과 나라를 모두 잃고 에게해의 판도를 로마와 카르타고에 넘긴다. 한니발 역시 조국 카르타고의 흔적을 북아프리카 땅에서 영원히 찾을 수 없도록 만들고 말았다.

이 대목은 총수 일가의 젊은 오너들이 가슴에 담아 둘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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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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