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세게’ 트럼프식 전술?… 정부 “지난주까지 FTA 언급 안해”

‘일단 세게’ 트럼프식 전술?… 정부 “지난주까지 FTA 언급 안해”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04-28 22:34
수정 2017-04-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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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종료’ 첫 발언 쇼크… 배경 및 대응

정부 충격… 산업부 장관 등 2회 긴급회의
재협상 가능성 낮게 봤다가 “진의 확인 중”

우리나라가 상당한 이득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5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대놓고 ‘재협상’과 ‘종료’를 언급하자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까지도 한·미 FTA의 종료는 물론이고 재협상 가능성도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28일 오후 주형환 장관 등의 주재로 2차례에 걸쳐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또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미국의 무역적자 실태조사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발언의 취지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 1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하면서 한·미 FTA의 ‘재검토’(review) ‘개선’(reform)표현을 썼을 때 “재협상과는 다른 말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정부 대응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미 FTA는 한쪽의 일방적인 선언만으로도 폐기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에 자동으로 종료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FTA를 파기한 전례가 없어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한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한·미 FTA 종료’ 언급에 대해 한국에 재협상을 종용하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구두 개입으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 놓고 협상하려는 트럼프식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외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이 통상 2~3%인 반면 한국은 7~8%이기 때문에 FTA가 파기되면 미국이 보는 손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양국 간 논의는 올 9월 이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TPA)의 규정상 재협상을 할 경우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재협상의 근거가 될 ‘무역적자 보고서’가 6월 말에 나오기 때문이다. 재협상이 이뤄지면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뿐 아니라 자동차, 전자상거래, 농축산물 등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미국이 요구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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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7-04-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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