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월세 시대 온다

깐깐한 월세 시대 온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0-08-10 17:10
수정 2020-08-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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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을 몰래 키우다가 적발되거나 쓰레기 및 배수 관리와 청소비용 미지불 시에는 중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페인트·벽지·장식 등을 임의로 변경했을 경우 원상복구 책임도 있습니다.”

 최근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세금을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혹여 전세를 월세로 바꿔 집세를 높여 받을 것을 우려해 전월세전환율 조정까지 검토되면서 국내에도 ‘깐깐한 월세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계약 기간을 4년(2+2년)으로 늘리고 재계약 때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전세가 월세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집주인들이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임대차 3법과 월세 규제, 저금리로 ‘월세시대’가 본격화되면 당장 세입자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을 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10일 전망해 봤다.

 당장 세입자 부담이 커진다. 월세 계약 시에도 세입자가 도배, 장판, 수리 등을 도맡아 해야 한다. 월세는 전세보다 비싸기 때문에 보통 집주인이 주택 유지 관리를 도맡아 해 줬지만 월세도 상한을 정해 버리면 수리비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받게 된 건설사들이 과거 아파트에 무상지원했던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설치 같은 옵션에 비용을 붙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 규제로 월세가격 조정까지 나서면 미국이나 독일과 같이 국내 집주인도 주택 관리유지비를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월 1400달러(약 166만원)에 1년을 거주하는 임대차 계약서’를 쓴 대학생 김모씨가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계약서에는 손해배상과 의무를 담은 특약사항만 A4 용지 5장에 달한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고, 지나친 소음을 발생시켜선 안 된다. 모든 가구, 비품, 배관, 난방, 전기시설을 계약 전 상태로 원상회복해야 한다. 거주하는 동안 보수비용 미지불, 페인트·벽지·장식 등의 임의 변경, 쓰레기 및 배수 관리와 청소비용 미지불 등의 경우 계약을 중도에 취소할 수 있다. 월세를 올리지 못하니 집주인이 집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싱크대도 직접 사서 달아야 했다는 호소다. 이런 월세가 국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또 과장되게 말하면 집주인이 세입자 면접도 볼 판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매달 월세를 따박따박 내주면서도 집도 깨끗하게 쓸 사람에게 집을 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전처럼 얼굴도 안 보고 계약서 쓰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애매한 ‘집 수리 비용’ 관련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주영 상지대 부동학과 교수는 “서울시 전월세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 다음으로 집 수리 갈등 사례가 많은데 이는 책임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면서 “주택 보수 규정을 명확히 해야 분쟁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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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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